▲강아지들도 이리 머물고 있으니 나도 그래봐야지
최은영
버틸 때는 숫자를 천천히 세는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 머물 때는 선생님 숫자에 상관없이 아사나를 완성하려고 한 호흡 더 기다리는 내가 있었다. 같은 동작이 말 한 마디로 달라지니 어찌 마법이 아니겠는가.
데미안에 나온 '나 자신에게 이르기 위해 내디뎠던 걸음들'을 시각화 하면 요가 아사나에서 머무르는 이 모습이 아닐까 싶다. 초급반 주제에 뭐 그리 거창하냐고 반문한다면 요가는 내가 몰랐던 내 몸을 들여다본다는 걸 먼저 말하고 싶다.
그 들여다봄이 결국 나에게 다시 오기에 데미안 구절이 소환됐다. 데미안을 읽을 때 그 구절은 추상적 관념이었다. 요가에서는 매우 실제다. 손가락 끝, 발가락 끝, 등과 엉덩이, 골반으로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팔을 뻗을 때 골반이 밀어줄 수도 있음을 요가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