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으로 인해 전국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의료진 인력부족 관련 안내문이 띄워져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이달 9∼10일 협의회에 참여하는 전국 수련병원 중 53곳의 응급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급실 의사가 42% 급감했으며 이에 따라 병원 7곳은 부분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2024.9.12
연합뉴스
특히 어머니의 입원과정에 작은 마찰이 있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애초에 통합간호병동으로 입원 수속을 했는데, 간호사는 수술 후 하루 정도는 보호자가 남아 환자의 옆에서 잘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2급 병원이라서 간호사가 봐야 하는 환자의 수가 많기 때문에 통합간호병동이라도 세심하게 돌볼 수 없는 이유라고, 병원 측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설명을 했다.
문제는 이 병동이란 곳이 원칙적으로 보호자가 있으면 안 되니 혼잡하지 않은 2인 병실에 입원하는 게 좋겠단다. 그곳엔 환자용 침상이 둘, 보호자를 위한 간이 침상은 고사하고 의자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작 비어있는 다른 침대에는 보호자가 눕거나 기대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간호사는 엄중하게 말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환자의 돌봄과 관련해서 가족들은 어떤 안내도 받지 못했다. 단지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는 말뿐이었는데, 우리에게 엄격한 얼굴로 설명했던 간호사들은 그날 저녁에 모두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전문적인 분야일수록 그 분야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전문 지식이 없는 데다 쉽게 알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누구나 치료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우선한다면, 치료 받는 대상을 위해서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소외가 최소화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겪고 있는 이 구조는 환자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움직이도록 설계된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면,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책 2부 '보호 받지 못하는 환자의 권리' 중)
이후로도 병원에 갈 때마다 늘 변수가 생겼다. 예약된 검사와 치료 시간도 널뛰기를 하듯 변경됐고, 오래 기다리는 건 당연했다. 오전 치료가 오후로 변경되는 것도 아무런 예고 없이 진행되었으며 오전 퇴원 예정이었던 것이 오후 4시 이후 퇴원이 가능한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이게 의료대란 때문인지 원래 병원의 시스템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그 과정에 있어 환자나 보호자가 우선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저자가 아버지의 의료비와 관련해 고민하며 느끼는 문제는 환자를 둔 가족이라면 모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비가 '공평할 수 있다는 착각'은 정말 착각이다. 공평이란 모두가 같은 마음일 때 가능할 것이다.
마음의 차이가 있는 사람에게 가장 얘기하기 싫고 불편한 것이 돈 이야기이면서, 그럼에도 가장 절실한 것이 또 돈 이야기다. 간병비, 병원비, 그 밖의 일일이 언급하기도 자잘한 비용들은 거의 전부 돈과 연결되며, 그 탓에 사람을 옹졸하게 만들고는 한다.
추석 때 온 가족이 한 약속, '절대 아프면 안 된다'는 것
병도 무섭고 병원도 무섭고 병원비는 더 무서운 세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가족의 경우 특별히 이번 추석을 보내며 온가족이 중대한 결심을 하듯 뜻을 모은 부분이 있다. 절대로 서로 탈이 나지 않도록 각자 조심 또 조심하자는 말이었다. 응급실 들어가는 것이 힘들 뿐더러, 응급실 비용이 매우 올랐다는 보도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