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사진 = 작가 제공
장강명
'그래, 바로 이거야. 이거 뭔지 너무 알 것 같아. 나도 이런 적 있었어.'
그런 순간이 있다. 남의 고통을 마치 자기 것처럼 느끼는 순간. 우리는 종종 책을 읽다 그런 경험을 한다.
장강명 작가는 그런 순간을 "희귀한 경험이고 이상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감동을 느끼는 건, 어떤 신호라고. 내 마음이, 이 책 속에 나오는 인물의 고통 때문에 움직였다면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골똘히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장강명 작가는 <리어왕>을 읽고 이런 신호를 감지했단다.
지난 8월 말 영등포 아트홀 2층 전시실에서 장강명 작가의 북토크가 열렸다. 코레일유통·영등포문화재단이 함께 주최한 행사로, '일상 속 책 읽기 문화 조성'을 취지로 마련됐다. 작가는 '인생 질문, 문학도서'를 주제로 해서 이날 모인 참여자들과 함께 '문학과 친해지는 방법', '우리가 문학을 만나는 이유' 등에 관한 진솔한 얘기를 나눴다.
앞서 <한국이 싫어서>, <당선, 합격, 계급> 등으로 한국 사회의 이면을 예리하게 파헤친 베스트셀러 작가 장강명. 문학으로 시대의 맥을 짚고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작가. 그는 이날 문학의 효용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고통이 있다면 그걸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과거 <리어왕> 서평을 썼던 걸 언급하며, 자신이 리어왕에 공감했던 이유로 '늙고 약해져 버려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얘기했다.
작가지망생인 나는 이날 북토크 참석에서 작가를 만난 뒤 인터뷰를 따로 요청했다. 약 2주가 지난 9월 16일, 화상 인터뷰로 작가를 다시 만났다.
여전히 외로운 사람들... "지역 독서공동체가 해결책 중 하나"
- 강연에서 작가님은 과거 고전 <리어왕>
을 읽고나서 '늙고 약해지고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언급하셨죠. 이런 두려움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아마 모든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일 거예요. 우선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돼야 합니다. 노년층의 경제적 어려움도 해소해야 하죠. 다행히 한국 사회는 이 부분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어요. 노령연금 같은 제도가 확대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도 잘 운영되죠."
- 한국의 노인 복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도 복지국가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노령연금 도입 후 노인 자살률이 크게 줄어든 것을 보면 그 효과를 실감할 수 있죠. 경제적 안전망은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다만 외로움을 해결하는 지역 공동체 문제는 아직 과제로 남아있어요. 저는 지역 독서 공동체가 그 해결책 중 하나라고 봅니다."
- 멋진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건강, 경제적 안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해요.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경제적으로 준비하며, 건강 관리에 신경 써야 해요.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사회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아요. 결국 개인이 스스로 해결할 부분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이날, 장강명 작가는 삶의 여러 과정에서 개인의 주도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사회가 제공하는 제도나 환경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작가로서의 길은 긴 여정이기에, 주변의 평가나 성공에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유지하며 꾸준히 성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칠 땐 낮잠... "아직도 제 글쓰기 실력은 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