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2
디즈니
마음 속에서 저마다 자기 주장을 하며 하루 종일 떠들어 대는 생각과 그로 인해 부추겨지는 감정들에 지쳐버린 날이면, 내가 못살겠다 싶기도 하다. 그러다 문득 이 시끌벅적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떠올랐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 1>은 우리 안에 여러 감정이 공존함을 '시인'했다. 그 중에서도 슬픔이를 각인시켰다.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어른들이 더 열광적으로 반응했던 영화, 사람들은 <인사이드 아웃 1>으로 부터 자기 안의 슬픔에, 나아가 자신의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 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슬픔이라는 부정적 감정이 기쁨이라는 긍정적 감정과 힘을 합쳐 상황을 해결해 나가며 우리 안의 슬픔이라는 감정에 '긍정적 메타포'를 부여했다. 꼭 <인사이드 아웃>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인정하기 시작하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십 여년이 흐르고 기쁨이와 슬픔이로 대변되는 감정들은 보다 세분화되어 돌아왔다. 이번 <인사이드 아웃2>에서 가장 주목 받은 건 '불안', 그 밖에 부럽이, 따분이, 당황이, 추억 등이 더해졌다. 술픔이라는 어찌 보면 담백한 감정이 불안, 당황 등 보다 복잡한 요소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2024년의 시대, 기쁘고 슬프다는 단순한 감정적 상태를 넘어 불안과 우울이 더 시대적 화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영화는 잘 반영해낸 것이다.
이렇게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는 그때까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여기던 감정조차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유의미한 존재'라는 것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의 머리 속에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하여 산다는 설정은 나를 지배하는 지금의 이 감정만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2021년부터 방영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시즌 1,2 역시 김고은의 머릿 속에 10 명도 넘는 '이성, 감성, 응큼, 불안' 등의 세포가 아웅다웅하며 유미의 일상사를 이끌어 간다.
심리 상담사 야나가와 유미코가 쓴 <불안한 사람도 마음이 편해지는 작은 습관>에 보면 실제로 내 안에 많은 내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유미코 씨는 여러 마리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생각하라고 한다. 꼭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의견', 흑백 논리를 따지는 '비판견', 난 이것도 못해하는 '패자견', 어쩌지 하는 '걱정견', 모든 일은 내 탓이오 하는 '사과견', 잘 될리가 하는 '포기견', 마주 하고 싶지 않아 하는 '무관심견' 등이다.
<인사이드 아웃>이나, <유미의 세포들>, 그리고 <불안한 사람도 마음이 편해지는 작은 습관> 등을 보며 그러면 나도 '속 시끄러운 내 안의 마음들에 이름을 붙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저 작품들 속 캐릭터들을 보면 비슷한 듯 하면서도 또 등장 인물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어릴 적 라일리와 사춘기의 라일리가 다르고, 성인이 되어 연애사에 고심하는 유미가 또 다르다. 심리적 기제에 방점을 둔 <불안한 사람도~>의 강아지들도 또 다르다. 그래도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귀여움'이 아닐까? 내 안의 다크한 마음들도 귀여운 캐릭터나 강아지가 되어 불러주면 얼마간 그 '시름'이 희석되어 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