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메모장에 채운 기록들이 모여 한편의 글이 된다.
언스플래시
이전까지는 메모의 중요성에 대해 누군가 이야기하면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고루한 잔소리라고 무시했던 게 사실이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나서야 인정하게 됐다. 나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살아야 함을. 지금 내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들은 당장 적어두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말이다.
진득하게 남는 여운이든, 찰나에 스쳐가는 생각이든 의지를 가지고 남겨두어야만 남게 됨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두는 습관을 들였다. 물론, 메모한 모든 것들이 글이 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첫 문장들은 메모장에서 길어 올려졌다.
덕분에 글을 쓰려고 마주하는 하얀 모니터 화면이 이전처럼 막막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메모해 둔 단어나 문장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문장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일단 한 문장이라도 써내고 보면 금세 문단이 완성된다. 첫 문단이 써지면 이제 되었다. 절반은 해낸 것과 마찬가지다. 문장은 문단을 부르고 문단은 또 다른 문단을 불러내 준다. 막힘없이 술술 써지는 일필휘지의 경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 토막의 글을 써내는 행위가 전처럼 어렵지는 않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글쓰기에 정말 딱 맞는 격언이 아닐 수 없다. 첫 문장을 쓰고 나면 탄력이 붙어 글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진다. 아주 좋은 퀄리티의 글이 아닐지라도, 글의 완성 속도가 빨라진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벅찬 일이다.
메모의 습관은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갈 길이 멀기는 하다. 글쓰기는 여전히 내게 만만치 않은 작업이긴 하지만 전처럼 막막하지만은 않다. 나의 메모장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깜빡이는 커서를 다음 줄로 밀어내는 손가락이 조금씩 더 가벼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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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해 보이는 OO, 글쓰기 부담을 확 줄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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