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밝은 빛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밝은 빛을 비춰주길 바라며. 얼마 전부터 함께 어울려 걷고 먹고 수다떠는 책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기로 했다. 함께 하니 좋다.
이진순
저자는 자신의 단골 환자가 집에서 평온히 죽음을 맞던 모습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아 그 이후로 25년 이상 재택의료를 위해 힘써왔다. '여기가 천국이다', '꿈만 같다'라는 찬탄이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의 입에서 종종 터져 나온다. '비교적 좋은 의료 돌봄 제도와 참 좋은 의사가 만났을 때 그런 찬탄이, 꿈만 같은 현실이 가능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환자의 몸 상태 등 중요한 진실을 알려야 할 때 환자의 손을 잡는다. 첫 번째 이유는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이다. 둘째는 맥을 짚어보기 위해서이다. 맥박수가 분당 140회 정도로 올라가면, 의사가 무슨 말을 해도 환자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100 이하로 떨어져야 진정된 상태인데, 그때까지 저자는 환자의 손을 잡고 기다린다. 손과 손을 잡고 눈과 눈을 맞추는 것, 즉 손과 눈으로 환자를 살피는 것이 재택 호스피스 완화 케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 제목을 보았을 때는 '설마 죽음이 홀가분하기까지 하겠어?'라는 저항감 같은 게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동안 죽음을 생각하는 내 마음이 점점 홀가분해져 버렸다. 물론 이 이야기가 내가 사는 지역이나 한국 사회의 이야기도 아니고, 꿈도 꿀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홀가분한 죽음'을 위해서는 최첨단 기술이나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님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기술이나 돈보다 더 값진, 시간과 마음을 내어 손과 눈으로 우리 삶의 마지막 길을 살피고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성인은 임종 장소로 집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지만, 실제 사망자 10명 중 8명은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사망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존엄한 삶과 죽음을 고민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무엇보다 이런 불일치가 왜 지속되고 있는지를 정직하고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이런 진정성과 정식성을 바탕으로 기술과 돈 등의 자원을 나누어야 할 것이다.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우리 사회는 원치 않더라도 돌봄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낸다'는 슬로건과 함께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었다. 기본계획에서 말하는 커뮤니티 케어란 '주민들이 살던 곳(자기 집이나 그룹홈 등)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의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바라는 바와 너무나 일치하는 정책이라서 반갑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계획 덕에 죽을 때까지 내 집에서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노인들이 살아가는 집과 마을의 풍경을 바꿔내지 못한다면, 온갖 새로운 구호나 단어들은 쓰이기도 전에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린다. 작년부터 관련 예산이 대폭 줄어들고, 그나마 모범적으로 시행해오던 지역의 사업들이 흔들거린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현실을 접하며 정책의 진정성과 현실성에 대한 기대가 더 깨져버렸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마치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에 무기력하듯 죽음이라는 미래에 대해 무기력하고 공포스럽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가녀리지만 강한 희망의 불빛을 보는 느낌이었다. 삶의 마지막 길과 죽음이 공포스럽고, 회피 외에는 공포를 피할 길이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다른 사회를 꿈꾸며 관련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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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겨울밭, 붉은 동백의 아우성, 눈쌓인 백록담,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포말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제주의 겨울을 살고있다. 그리고 조금씩 사랑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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