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초청 만찬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4.10.2(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쓴 책 <여보, 나 좀 도와줘>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한 사회의 가치관이 거꾸로 서 있거나 가치 판단이 흔들릴 때, 잘못된 양심을 가진 사람의 지식은 어떤 도둑질이나 살인보다도 위험한 범죄'라고. 또한 ''철학'이 없는 정치인은 '두목'이라는 말은 들을 수 있어도 '지도자'라는 이름을 들을 수는 없다'라고. 지금 우리는 '지도자'가 없는 나라에 사는 것 같다.
여하튼 정부가 김장 시기를 늦춰달란다고 해서, 그때까지 김치를 먹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전에 뭐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아 도매시장에 갔다. 알타리 한 단에 오천 원,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곧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알타리무 보곤 헛웃음이 나왔다
한 단이라고 묶인 알타리는 무가 7-8개 달린, 평소의 1/3 수준 묶음이었다. 가격은 비슷하나 양을 확 줄인 것. 의도가 빤히 보이는 얄팍한 수에 헛웃음이 나왔다. 다섯 단을 담가도 평소 담그는 양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따져 보면 가격은 평소의 3배 이상인 셈이었다.
그런데 그나마도 몇 단 남아있지 않았다. 비싼 가격에 속은 상해도, 사려면 사 올 수는 있었다. 맛있게 김치를 담가 먹으면 쓰린 마음을 조금은 달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고개를 돌렸다. 며칠 후 그나마도 아쉬운 마음이 들지 모르겠지만, 당장은 이 억울한 마음으로 사고 싶지는 않았다.
억울함은 '애매하거나 불공정하여 마음이 분하고 답답하다'는 의미다. 알타리를 앞에 두고 가격에 대해 고민하는 상황이 애매했고 불공정하다고 느꼈다.
답답하고 분하기도 했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억지로라도 사야만 하는지, 이런 갈등을 겪어야 하는지 억울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을 만든 정부와 관계자들의 태도에 대해, 그들의 무심함과 안이함에 대해 분노했던 것 같다.
유튜브 방송에 한 상인이 나왔다. 자신의 가게 주변의 상가가 하나씩 비어 가는 상황에 대해 말했다. 자신도 멀지 않았다고 했다. 옆에 앉은 진행자는 자신이 사는 지역도 마찬가지라며 조심스럽게 호응했다.
그들의 말을 들으며 집 근처 상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나 걸러 한 점포씩 손님이 없어 오래 썰렁하다가 어느 날 문을 닫고 내부가 정리되고 임대 팻말이 붙는 과정, 그 기억이 마치 눈 앞에서 슬라이드처럼 지나갔다.
서민이 느끼는 현실은 수치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확연히 다르다. 억대의 세비를 받고 법인 카드로 생활비를 쓰고 권력자와 친해서 공공 기관에 낙하산 취업하고 또 억대의 연봉을 받으면, 그런 사람들 눈에는 이런 현실은 아예 보이지 않는 걸까? 오늘도 억울한 마음만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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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배 이상 오른 총각무...억울해서 결국 안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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