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의 풍경바오다이(Bao Dai Summer Palace)궁으로 가는 길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달랏의 시가지다. 근사한 유럽식 건축물들이 즐비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있는 그대로의 지역민의 삶을 볼 수 있다.
김은아
내게는 서툰 한국말로 '언니 언니!' 하면서 따르는 에쁜 동생같은 친구가 하나 있다. 1년 전 요즘, 베트남 달랏에서 만나 알게 된 친구다.
꿈많은 그녀의 이름은 메이(May), 베트남어로 구름이라는 뜻이다. 여행 중 머물렀던 호텔에는 저녁을 먹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들 관광으로 바쁘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레스토랑에는 대부분 나 혼자였고, 그 덕분에 메이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얼마 전부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그림을 문자로 보내주는데 스케치를 보니, 말은 안해도 마음 고생을 하는 것 같다. 뭐라고 끄적이고 싶은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프론트에서 궁금한 것이 참 많은 나의 질문에 일일이 응대해 주었던 푸(Phou)도 최근 달랏을 떠나 고향 무이네(Mui Ne)로 돌아왔다고 안부를 전해왔다. 소설을 쓰겠다고 말이다. 낭만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낭만을 잊고 사는듯한 주변인들. 그리고 그럼에도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오늘의 청춘들을 생각해본다.
하루 12시간 일하고 뛰어다니는 베트남 청춘들의 꿈
작은 체구에 양손으로 산더미 같은 접시를 들고 바삐 뛰어다니는 메이는 영국에서 호텔 관광을 더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하루 12시간 근무를 하고 나면 집에 가기 전 꼭 쑤언흐엉 (Xuan Huong Lake)호수를 들러 두 세 시간 걷는다.
그렇게 걸으면 스트레스와 현실의 구름이 사라지고 어느새 마음이 충만해진다고 했다. 달빛, 별빛, 그리고 호수에 이는 바람으로 말이다. 메이의 리츄얼인 셈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몇 시간을 걷고 또 걸으며 앞날을 그려본다고 했다. 10남매 중의 막내인 메이에게는 부모와 떨어져 사는 고달픔과 그리움이 잔잔히도 베여 있지만, 그녀에게는 이 호수가 가족이자 마음을 기댈 곳이었던 것 같다.
오늘은 고단해도 내일은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 확신 그것이 그 나이의 낭만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