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사는 세계표지 디자인
푸른숲출판사
'아들(자폐성 장애)의 엄마'로 살면서 하루하루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아갑니다. 쉴 틈도 없어요. 빼곡하게 들어찬 하루 스케줄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면 자면서 꿈꾸는 것조차 사치가 됩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하루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계획적으로 살아서 우리(아들과 나)가 향하는 곳이 어디지? 하루를 보면 엄청나게 계획적인 삶인데 삶 전체를 놓고 보면 전혀 계획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적어도 어디를, 무엇을 향해 가는지 목적지는 알고 달려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출간된 <아들이 사는 세계>는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 여정을 담은 책입니다. 전작인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아들은, 길에서 울면 얼마든지 업어서 달랠 수 있는 어린이였어요.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된 아들은 키가 186cm에 이릅니다. 저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커요. 정직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들은 어느덧 성인의 신체를 가진 청소년이 된 것이죠.
청소년인 아들이 사는 세계는 어린이였던 아들이 살았던 세계와는 또 다르더라고요. 이 세계는 결코 반짝거리지 않습니다. 또 다른 어려움이 닥쳐와요. 하지만 그렇다 해서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무수한 절망을 더 많은 희망으로 바꾸고 싶어서, 나는 잘 죽고 아들은 잘 살리고 싶어서,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이 사는 세계>를 내어놓게 되었습니다.
1부. 성인기
이 책은 총 3부로 되어 있는데요. 1부인 '고립이 아닌 공존의 세계로'는 우리가 향해야 할 목적지인 성인기의 삶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발달장애인인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비장애인 딸(아들과 쌍둥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부모는 처음 해본다지만 딸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데 있어서, 저는 방향성을 잡지 못하겠다거나 어떻게 키워야 할지 감조차 못 잡고 헤매는 일은 없었어요. 비장애인 딸이 살아갈 세계는 제가 살아온 세계이기도 하고, 지금도 살고 있으며, 앞으로 살아갈 세계이기도 하기에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발달장애인인 아들이 살게 될 세계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었어요. 학교를 졸업한 후엔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어디에서 뭘 하며 누구와 만나 어떤 형태로 살게 되는지, 감도 못 잡겠는 거예요.
그중에서도 가장 걱정이 됐던 건 제 사후입니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엔 사실 무엇이든 괜찮잖아요. '슈퍼맨'인 엄마가 나타나 아들 앞에 벌어진 문제들을 씩씩하게 풀어갈 테니까요. 그런데 제 사후에는요? 혼자 살 수 없는 아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들 생존의 필수조건이 엄마인 나의 생존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최악의 패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엄마로 사는 이 삶에 특별함이 있다면 그건 바로 늘 나의 사(死)를 염두에 두고 생(生)을 살아야 한다는 점일 거예요.
1부에선 제가 이 세상에 없어도 아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간 과정을 담았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방향성'을 설정한 전, 그렇다면 그 삶을 이미 살고 있는 성인기 당사자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통해 성인기 삶에선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감사하게도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덕에 전국을 다니며 많은 사례를 접하고 취재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제 나름대로 깨닫고 정리한, 성인기 삶에 필요한 요소들을 살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