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태어나 세르비아에서 영화 만드는 이 남자

영화를 통해 '내 안의 어린아이'를 말하는 영화감독, 슈리다르의 이야기

등록 2024.10.13 15:24수정 2024.10.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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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말부터 동유럽 사회주의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 속 세르비아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거치며 혼동의 시기를 보냈다. 유럽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불가리아에서 육로를 통해 세르비아로 넘어왔다. 세르비아는 이후 서구 국가와 관계 유지, 유럽연합(EU) 가입을 목표로 나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세르비아 거리 곳곳의 풍경 1980년대 말, 몰락하는 동유럽 사회주의 속에서 세르비아도 혼동의 시기를 보냈다. (세 번째 사진)거리 곳곳은 포격으로 피해받은 건물이 보인다. (첫 번째, 네 번째 사진)거리에 걸린 일부 플래카드를 통해 서구 국가 간 관계 유지에서의 갈등이 드러난다. (두 번째 사진) 잿빛의 건물은 무언가 우중충한 거리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거리를 걷다 보면 낡은 건물 속에서 느리고 오래된 미학이 보인다.
세르비아 거리 곳곳의 풍경1980년대 말, 몰락하는 동유럽 사회주의 속에서 세르비아도 혼동의 시기를 보냈다. (세 번째 사진)거리 곳곳은 포격으로 피해받은 건물이 보인다. (첫 번째, 네 번째 사진)거리에 걸린 일부 플래카드를 통해 서구 국가 간 관계 유지에서의 갈등이 드러난다. (두 번째 사진) 잿빛의 건물은 무언가 우중충한 거리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거리를 걷다 보면 낡은 건물 속에서 느리고 오래된 미학이 보인다.신예진

수도 베오그라드 거리를 걷다 보면 낡은 건물 속에서 느리고 오래된 미학이 보인다. 과거 잔재가 남아있는지 우중충한 거리 분위기가 느껴진다.


검은 까마귀는 부서진 가로등에 앉아 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잿빛의 오래된 아파트 위로 비행한다. 낡은 미학의 회색 건물을 지나 베오그라드 중심가로 향한다. 여행자 커뮤니티 카우치서핑으로 연락이 온 세르비아 영화감독을 만나기 위해서다.

슈리다르의 모습 "삶은 아름다워 하지만 아무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아. 나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텔릭 스튜디오(Telic Studios)를 설립한 그는 어린아이를 위한 영화를 줄곧 만들어온다. 전쟁, 질병 등 부정적인 말로 가득한 오늘날에서 어린이에게 주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말하는 영화제작을 실천 중이다.
슈리다르의 모습"삶은 아름다워 하지만 아무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아. 나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텔릭 스튜디오(Telic Studios)를 설립한 그는 어린아이를 위한 영화를 줄곧 만들어온다. 전쟁, 질병 등 부정적인 말로 가득한 오늘날에서 어린이에게 주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말하는 영화제작을 실천 중이다.신예진

반갑게 맞이하는 내게 그는 '슈리다르(Shridhar)'라며 인사한다. 인도 첸나이에서 태어난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경영 석사를 졸업했다. 이후 싱가포르에서 일하다 영국으로 넘어왔다.

인도로 돌아가지 않을 거냐는 질문에 자신은 "영국인"이라 단호하게 말한다. 그런 그가 지금은 세르비아에서 영화 제작을 하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호기심은 이내 그의 삶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삶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컨설턴트로 일할 때는 매우 지루했지. 비즈니스잖아. 매일 돈을 만들기 위해서 일했지. 그 당시에는 나의 진정한 열정이 뭔지 몰랐어. 그 밖 모든 건 돈이었지."


영국으로 넘어와 2년 동안 컨설턴트로 일하던 그에게 든 생각은 하나. '다른 이를 위해 일하는 게 싫다'였다. 생각은 이내 행동으로 이어졌다. 모은 자본금으로 IT, 패션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시작했다. 오늘날 AI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꾸준히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 속에서 슈리다르는 영화 산업에 대한 오랜 꿈을 기억하고 있었다.

"삶은 아름다워. 하지만 아무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아. 나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거든."


그는 전쟁, 질병 등 세상을 둘러싼 부정적인 것에서 행복을 말하는 영화를 꿈꾼다. 마음속 어린아이를 품고 영화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그는 텔릭스튜디오(Telic Studios)를 설립해 줄곧 어린아이를 위한 영화를 만들어왔다. 어린아이이자, 한때 어린아이였던 우리 모두를 위한 영화이다.

"아이들은 약과 도박 없이도 즐길 줄 아는 존재야. 나는 사람들이 웃는 걸 보는 게 좋은걸. 도박 없이도 아이처럼 웃을 수 있게 영화를 만들고 싶어."

영화 제작을 시작한 지 어언 10년, 그는 러시아, 세르비아, 인도, 싱가포르 등 영화 제작을 국제적으로 펼쳐나갔다.

슈리다르와 함께 세인트사바 성당 내부에서 찍은 사진 "삶에 대해 조언해줄래요?" 그는 수도없이 그런 생각을 해왔다는 듯 내 질문을 받자마자 바로 말한다. "다른 이들을 판단하지마. 오직 너 자신만 너는 판단할 수 있어. 그저, 오늘의 너를 살아. 너의 사고방식을 열어두고 새로운 감정, 경험과 방법에 무한한 가능성을 두는거야. 다른이들이 너에대해 판단하는건 결코 중요하지 않아." 그는 삶에 대해 철학적으로, 문학적으로 자기의 언어로 마음 깊이 품고 있다.
슈리다르와 함께 세인트사바 성당 내부에서 찍은 사진"삶에 대해 조언해줄래요?" 그는 수도없이 그런 생각을 해왔다는 듯 내 질문을 받자마자 바로 말한다. "다른 이들을 판단하지마. 오직 너 자신만 너는 판단할 수 있어. 그저, 오늘의 너를 살아. 너의 사고방식을 열어두고 새로운 감정, 경험과 방법에 무한한 가능성을 두는거야. 다른이들이 너에대해 판단하는건 결코 중요하지 않아." 그는 삶에 대해 철학적으로, 문학적으로 자기의 언어로 마음 깊이 품고 있다.신예진

우린 걸음을 옮겨 베오그라드는 중심가에 있는 세인트 사바 성당으로 갔다. 발칸반도의 보석이라는 명칭처럼 아름다운 내부를 바라본다. 대리석으로 된 바닥과 금색 장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성당 내부에서 한참을 감탄하다 슈리다르에게 힘든 적은 없었냐고 물었다.

"힘든 적이야 많지. 삶은 언제나 힘든 일의 연속이야.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회사를 설립한 초창기에 그는 하루 14시간 동안 일했다. 그가 젊은 시절 겪어온 노력의 순간을 상상한다. 그가 넘은 젊은 시절의 산이 있기에 지금의 평지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겠지. 문득 이름 모를 한 여인의 말이 떠오른다.

'부지런하지 못했던 젊은 시절로 인해
먼 거리에 집을 얻어 매일 센터로 가야 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늦게 집에 들어오곤 하지.
젊을 때 부지런하지 않아 결국 늙어서야 부지런해지는 거야.'

인생이라는 파노라마에서 부지런함도 공평하게 주어지는 걸까. 젊을 때 나를 위한 부지런함으로, 나의 게으름을 얻어야 하는구나. 그가 개척해 낸 삶을 바라보며 나를 위한 부지런함을 괜스레 다짐한다.

노비사드페트로바라딘 요새를 거닐면서 슈리다르와 함께 노비사드페트로바라딘 요새를 거닌다. 우린 삶에서 좋았던 순간, 삶에서 신기했던 순간, 삶에서 슬펐던 순간, 이야기 끝에 우린 동시에 말한다. "삶은 정말 놀라운 거 같아." "그치. 삶은 참 아름다워. "긍정적인 사람들이 너 주위에 있다면, 그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 눈 앞에 펼쳐지는 다뉴브강에 햇빛이 반짝거리며 비춘다. 물끄러미 윤슬이 화창한 하늘과 어우러진다.
노비사드페트로바라딘 요새를 거닐면서슈리다르와 함께 노비사드페트로바라딘 요새를 거닌다. 우린 삶에서 좋았던 순간, 삶에서 신기했던 순간, 삶에서 슬펐던 순간, 이야기 끝에 우린 동시에 말한다. "삶은 정말 놀라운 거 같아." "그치. 삶은 참 아름다워. "긍정적인 사람들이 너 주위에 있다면, 그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 눈 앞에 펼쳐지는 다뉴브강에 햇빛이 반짝거리며 비춘다. 물끄러미 윤슬이 화창한 하늘과 어우러진다.신예진

우중충한 세르비아 거리는 온데간데 없이 화창한 날씨가 우리를 반긴다. 동유럽 풍의 교통체계, 고풍스런 종교건축물까지 더해져 대화를 풍요롭게 만든다. 노비사드페트로바라딘 요새를 거닐며 찬란하게 펼쳐진 다뉴브 강을 바라본다. 햇빛이 반짝거리는 윤슬을 바라보면서 그에게 인생 최고의 경험을 물었다. 그는 자기 인생의 필름을 다시 돌려보듯이 잠시동안 생각에 빠지더니 말한다.

"내 영화가 처음 상영됐을 때를 잊을 수 없지. 사람들이 내 영화를 보고 웃을 때를 잊지 못 해."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그에게서 어린아이 모습이 중첩된다. 그 어린아이에게서 다양한 사업에 뛰어드는 도전정신과 굳게 믿는 신념을 위해 나아가는 삶의 태도를 배운다. 삶의 조언을 묻는 내게 그는 수도없이 그런 생각을 해왔다는 듯 바로 답한다.

"다른 이들을 판단하지마. 오직 너 자신만 너는 판단할 수 있어. 가치는 너의 경험에 따라 바뀌는 거야. 너가 배울수록 가치도 달라지지. 매순간 너는 같은 사람이 아니야. 어제 규정한 너를 따라가려고 하지마. 그저, 오늘의 너를 살아.

도전하고, 사고방식을 열어서 새로운 감정에 새로운 경험에 새로운 방법에 무한한 가능성을 두는거야. 다른이들이 너에 대해 판단하는 건 결코 중요하지 않아."

세르비아인인 니콜라 테슬라를 기념하는 비석 앞에서 슈리다르와 함께 찍은 사진 슈리다르와 함께 세르비아의 거리를 함께 걸으며 찍은 사진. 세르비아인인 니콜라 테슬라를 기념하는 비석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세르비아에 10년 넘게 살아온 그가 이끄는 대로 세르비아 곳곳을 걸었다. 화창한 날씨를 반기는 공원의 나무, 동유럽풍의 교통체계, 세르비아 역사를 품은 고풍스러운 종교건축물까지. 그는 세르비아 곳곳을 가이드하며 그의 우주를 공유했다.
세르비아인인 니콜라 테슬라를 기념하는 비석 앞에서 슈리다르와 함께 찍은 사진슈리다르와 함께 세르비아의 거리를 함께 걸으며 찍은 사진. 세르비아인인 니콜라 테슬라를 기념하는 비석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세르비아에 10년 넘게 살아온 그가 이끄는 대로 세르비아 곳곳을 걸었다. 화창한 날씨를 반기는 공원의 나무, 동유럽풍의 교통체계, 세르비아 역사를 품은 고풍스러운 종교건축물까지. 그는 세르비아 곳곳을 가이드하며 그의 우주를 공유했다.신예진

미리 목적지를 정한 항해는 멍청한 일이라고 말하는 슈리다르. 자신이 선택한, 혹은 선택하지 못한 미래에 감정을 미리 갖지 말라고 덧붙인다. 그는 철학적으로, 문학적으로, 그리고 자기의 언어로 삶을 품고 있다. 한마디 한마디 영화 속 대사 같은 그의 말을 들으며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삶의 한 가지 이유는 없어. 복합적인 이유이지. 모든 건 변하기 마련이야. 그 끝에서 우린 모두 죽지. 그게 삶이야. 그게 다야."

자신만의 언어로 분명하게 조언하던 그는 삶의 이유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는다. 그런 그의 모습이 더욱 영화처럼 느껴진다.

"슈리다르, 너의 말은 영화를 보는 기분이야."

그는 새침하게 윙크하며 답한다.

"그야 나는 영화감독이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Telic Studios의 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telicstudios2768
이 기사는 기자 개인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해당 기사의 원본 이야기는 기사 발행 후 기자의 브런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aisypath
#세르비아 #삶의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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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1년간 떠난 21살의 45개국 여행, 그 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 <너의 데이지>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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