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30일까지 양산 하북초등학교에서 조리사로 일했던 이미영 조리사. 이 조리사는 최근 넷플릭스 인기작 〈흑백요리사〉에서 '급식대가'로 출연했다. 이 조리사가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경남도민일보
최근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인기를 끌었다. 지난 추석 연휴 때 방영해 입소문을 타고 누리소통망(SNS)에서 더 활활 불타올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를 '백'으로 재야의 고수처럼 무명이어도 실력이 출중한 요리사를 '흑'으로 분류했다. 백팀 요리사는 20명, 흑팀 요리사는 80명이 참가했다. 그중에 1등을 고르는 요리 경연대회다. 총 12회차 중에 나오는 음식부터, 참여자들의 개성, 심사위원들의 평 등 화제가 안 되는 것이 없다.
8일 마지막 화가 방송됐고 우승자가 나왔다. 하지만 <흑백요리사>는 우승자만 기억되는 프로그램이 아닐 것이다. 참가자들 중에 양산에서 20년 가까이 요리를 해 온 '급식대가'인 이미영(60) 조리사 또한 많은 관심을 얻었다. 최고급식당(파인다이닝), 중화요리 등 화려한 음식들 속에서 이미영 조리사가 내놓은 급식판을 반가워했다. 파인다이닝보다, 급식이 친숙하기 때문이다. 그의 식판 위엔 쌀밥, 육개장, 보쌈과 매실청을 곁들인 양파절임, 견과류와 고추장에 볶은 멸치, 맵지 않게 버무린 겉절이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최연소로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안성재 심사위원은 옛 기억이 난다며 야무지게 먹었다.
이 조리사는 흑팀 20명을 추리는 심사에서 생존했다. 이후 단체 과제에서 100인분의 음식 준비를 순식간에 끝내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더불어 '급식대가'는 어떤 사람인지 사람들의 궁금증도 커졌다.
퇴직 앞두고, 아들의 권유로 참여
지난해, 전국적으로 요리깨나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소문이 돌았다. 백종원을 필두로 한 요리 경연 대회가 열린다.' 우리나라 요식업계 대표 인물인 백종원이 심사를 한다고 하니 경쟁률은 서류 심사 때부터 치열했을 것이다. 프리랜서 영상 감독인 아들 강나루(33) 씨는 우연히 요리 대회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접했다. 그리고 양산 하북초등학교에서만 7년째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어머니 이미영 조리사를 떠올렸다.
큰 욕심을 품고 명성을 떨치자는 거창한 기대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8월 30일 퇴직을 앞둔 어머니에게 조리사로 기념할 만한 일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간의 노고를 알기에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보내는 박수도 안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유튜브 채널 <급식대가(School Chef)>를 개설해 영상을 올릴 계획을 세움과 동시에 어머니께 경연대회 참여를 권했다.
강 씨의 마음보다 더 소박했던 게 이미영 조리사의 마음이었다. "내로라하는 요리사들이 나설 텐데 처음엔 안 나간다고 했어요." 그렇게 기대없이 참가한 대회였다. 다만 요리를 즐겁게 하자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긴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일이 커진 것이다. 이 조리사가 <흑백요리사>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우리 아들이 엄마, 자꾸 기죽지 말라고"라고 말한다. 강 감독은 "서류 심사에서 합격할거라는 예상을 못 해서인지 방송 출연이 확정됐을 때 순간 놀라고 덩달아 긴장했다"면서 "실제로 임하는 엄마가 더 긴장하실까 봐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요리는 즐거운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