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날씨'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하네요

'사이문학'의 꿈은 다시 미래로... 많이 아쉽습니다

등록 2024.10.11 17:49수정 2024.10.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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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좋은 계절이 왔다. 남편은 회사로, 아이들은 학교로 내보내고 난 뒤, 홀로 있는 오전 시간. 에어컨 바람 대신 선선하게 부는 자연 바람을 쐬며 키보드 앞에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은 좀 쌀쌀하게 느껴져 카디건 하나를 어깨에 둘러야 했지만, 어깨에 닿는 그 아늑함마저 기분 좋은 요즘이다.


그래서 그런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잘될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이기도 하는데, 나는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새로운 도전을 해 보기로 결심했다. 늘 연재하던 웹소설 플랫폼을 벗어나 새로운 연재처를 정해 보기로 한 것이다. 물론 이 결심에는 온라인상 여기저기에서 만났던 광고가 큰 역할을 했다. 약 2년 전부터 내 눈에 띈 광고는 새롭게 신설된 연재 플랫폼 '창작의 날씨'에 대한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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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7년간 고객만족도 대형서점 부문 연속 1위(2023년 기준)를 차지한 교보문고. 교보문고가 대형서점 1위의 명성대로 오프라인에서만 활약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확장되는 온라인 시장에서도 이미 자리매김했으며, 일반문학에서뿐만 아니라 웹문학 시장에도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2017년부터 '톡소다'라는 웹소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고, 지난 2022년 2월부터는 웹툰으로까지 서비스를 확장했다.

같은 해 7월에 '창작의 날씨'라는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는 일반문학과 웹소설의 중간 영역인 '사이문학'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타 플랫폼과 차별성을 두었다. 웹소설을 쓰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소설, 에세이, 시 등 문학 장르에서 독자들을 쉽게 만나기를 원하는 작가들에게도 환영받는 플랫폼일 수밖에 없었다.

'연재부터 출간까지 올인원 플랫폼'이라는 모토는 수많은 신인 작가들의 가슴에 뜨거움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나처럼 7권의 웹소설 e북을 출간한 작가에게도 설레는 마음은 마찬가지로 찾아왔다. '창작의 날씨'라니! 그 이름마저 너무도 낭만적이어서 어서 가입하고 당장에 글을 올려보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타 플랫폼의 신설 과정을 경험한 바가 있어, 나는 우선 기다렸다. 연재 플랫폼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의 유입은 비교적 쉽다. 글을 쓰는 이들에게 글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는 그야말로 로망이니까. 하지만 독자의 유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이 있는데, 굳이 허술한 신설 플랫폼으로 시간 내어 들어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글쓰기 삶에도 적지 않은 활력이 되어준 플랫폼


그러나 유입되는 작가만큼 독자가 유입되지 않는다면, 그 플랫폼의 운영은 결코 원활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글을 올리는 것도, 그 글을 읽는 것도, 댓글로 피드백을 다는 것도 모두 작가인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곧 독자인 시스템에서는 순수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기도 어려울뿐더러, 시장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다.

또한 서비스 초기 단계에서는 시스템에 오류도 많고, 순위 선정 기준이나, 자체 공모전의 공모 요강에도 허술한 점이 많이 드러나, 불편 신고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았다. 주로 작가들로 구성된 이용자들의 불편 사항을 그나마 운영진이 겸허히 받아들이고 꾸준히 개선해 나간 결과,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플랫폼이 있긴 하다.

'창작의 날씨'가 과연 그러할까. 2년 동안 적지 않은 작품들이 연재되었고, 꾸준히 작가들이 유입되는 것을 보았다. 개최되는 이벤트(서포트라이트, 우수피드백, 에세이챌린지, 단편챌린지, 글로소득 공모전 등)들이 기발하기도 하고, 신인 작가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한 구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초창기에는 '프로 불편러'라고 이름한, 개선점을 공식적으로 받는 이벤트를 과감하게 열기도 했다. 교보문고가 이 플랫폼에 얼마나 정성을 쏟고 있는지가 느껴졌기에 이곳을 향한 나의 관심 역시 점점 높아졌다.

단편챌린지에 부담 없이 참여하는 것을 시발점 삼아 '창작의 날씨'에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타 플랫폼에서 연재 중이던 소설을 이곳에서 동시 연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웹소설을 쓰지만,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어찌 보면 '사이문학'에 머물고 싶은 나의 니즈가 오롯이 충족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필명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는 자체가 내 글쓰기 삶에도 적지 않은 활력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9월 30일, 청천벽력과도 같은 공지가 올라왔다. 올 12월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공지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톡소다'를 들어가 보았더니, 같은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야심 차게 시작했던 두 개의 플랫폼이 짧은 시간 안에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오리지날씨'라고 해서 검증된 작가들의 작품은 교보문고 내 ebook 서비스로 이전하여 계속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10월 30일을 기점으로 더 이상 연재할 수 없게 되었다. 더 이상의 회원 가입이 불가능하고, 작품을 백업할 수 있는 기한이 정해졌다.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신설 플랫폼이 기존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쉽지 않았을 거라고 이해가 되면서도, 다름 아닌 교보문고인데? 라는 생각에 의문이 들기도 했다.

사이문학을 추구했던 것이 과오였을까? 웹문학과 일반문학을 더 구분 지어야 했던 걸까? 홍보가 부족했던 걸까? 독자 유입에 실패한 걸까? 궁금한 점을 해소하고자 고객센터에 문의도 해 보았지만, 예상대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긴 문을 닫는 마당에 그 자세한 사정을 굳이 답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서비스 종료 이유에 대해 문의했다. 돌아오지 않는 답변. 하긴 문을 닫는 마당에 굳이 자세한 이유를 설명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서비스 종료 이유에 대해 문의했다.돌아오지 않는 답변. 하긴 문을 닫는 마당에 굳이 자세한 이유를 설명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본인

비교적 잠잠했던 게시판이 연일 뜨겁다. 더 이상 연재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작가들의 아쉬운 마음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야기들이 오갔다. 누군가는 다른 연재처를 소개하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우리만의 카페를 개설해 커뮤니티를 이어가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읽는 이가 없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연재하겠다는 이도 있었고, 그러한 글을 읽으러 가겠다며 서로 독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 역시 기존 연재처에 집중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야 했다. 사이문학에서 꿈을 꾸며 달렸던 이들의 허탈한 마음은 언제 괜찮아질까?

살다 보면 마음 둔 곳이 사라져 허전함을 느낄 일이 참 많은 것 같다. 생겼다가 사라지는 일은 인생에 있어 너무도 흔한 일인데도, 그 빈 자리를 견뎌내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허전함에 허덕이는 이들이 부디 잘 견뎌내고, 쓰는 자리에서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사이문학을 추구하며 쓰는 이들이 마음껏 쓰고 나눌 수 있는 멋진 공간이 어서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글쓴이의 개인 페이스북에도 실립니다.
#사이문학 #플랫폼 #교보문고 #창작의날씨 #서비스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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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평범한 주부. 7권의 웹소설 e북 출간 경력 있음. 현재 '쓰고뱉다'라는 글쓰기 공동체에서 '쓰니신나'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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