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성(임상) 시험은 꿀알바가 아니다. 참여자 스스로 체질에 맞춰 부작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모집 업체의 난립으로 식약처의 수칙을 무시한 채 알림톡과 SNS로 정확한 '참여비'를 내세우며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까지 무분별하게 홍보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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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2030 청년이 '이곳'에 더욱 몰리고 있다. '고용 불안' '취업난' '고물가' '경제 침체'가 이어지면서 잠시 꿈을 뒤로 미뤄둬야 하는 청춘들.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쉽지 않은 탓에 그들은 결국 이곳까지 떠밀려 온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곳'의 장점을 이것저것 열거하지만, 결국은 '돈'을 꼽는다. 평소엔 만져보기 힘든 목돈. 짧은 시간에 몇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손에 거머쥘 수 있다. 그 정도면 급한 대로 한두 달 생활비로 충당할 수 있으니까.
바로 '생동성 시험 알바' 이야기다. 20대 청년들에겐 '꿀알바'로 불리지만, 어쩌면 그만큼 어려운 현실을 살아내려는 이들의 반어법 아닐까. 이 아르바이트를 처음부터 제대로 알지 못하고, '설마 별일 없겠지...' 라는 생각으로 단순히 '목돈' 때문에 쉽게 생각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공짜는 없고, 무엇이든 대가가 따르기에 주의가 요구된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참여자를 모집하는 업체다. 식약처에서 권고하는 수칙을 무시한 채 최대한 많이 모집하는 데만 급급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하루에도 수시로 채혈... 부작용 등 동의해도 발병 시 입증 쉽지 않아
생동성 알바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끝없이 펼쳐지는 후기를 볼 수 있다. 적지 않은 글이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평소와 다른 부작용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가장 많이 눈에 띈 공통점으로 '몸살감기'를 꼽았다. 한 참여자는 "생동성 알바 1기를 마친 후 5일째 몸이 엄청 아팠다. 몸살감기? 코로나? 같은 느낌이어서 이게 약 부작용인지 내가 감기에 걸린 건지 궁금했다"며 "그 다음 2기 참여할 때 의사에게 물어보니 약 부작용이면 3일 내 나타나는데 5일이면 이미 약 성분이 배출된 시점이라 약 부작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며 계속 몸이 좋지 않을 시 임상시험 포기를 권유했다고 적었다.
참여자들은 주고받은 부작용으로 잦은 기침이나 살짝 오는 두통 혹은 두통이 밤사이 심해져 열이 심해지거나 속이 매스꺼워 물만 마셔도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자주 느꼈다고 했다. 오한과 함께 전신의 근육통도 있었으며 그중 일부는 눈에 통증이 심했다고도 했다. 경미한 미각상실도 겪었다는 이도 있었다. 몇몇은 자신이 코로나에 감염된 것 아닌가 싶어서 진단키트로 검사를 했으나 '음성'이 나왔다고 적고 있다. 이 밖에도 발진과 가려움증을 겪은 이도 있었다.
물론 시작 단계에서 병원 측의 철저한 건강 체크와 함께, 생동성 시험을 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누군가는 해야 하고, 필요한 부분이며, 이는 공익에 부합한다"는 설명도 곁들여진다.
서울지역에 있는 한 약사는 "생동성 시험은 제약회사가 만든 복제약이 생물학적으로 동등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시험이라 참여자도 이를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면서 "사전에 참여자의 건강을 철저히 따지기 때문에 자격이 미달할 수도 있다. 여러 부작용 등 상세한 설명을 듣고 동의를 받는다. 다만, 시험의 부작용은 어떤 약으로 하느냐에 따라 또는 참여자의 개인 체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서 참여비가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비(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사례비로 칭한다)는 약에 따라 다르지만 생동성의 경우 작게는 50만 원 내외이며, 많게는 200만 원 후반대까지도 지급한다고 한다. 임상시험은 이보다 몇 곱절 넘기기도 한다. 위험도가 높고, 일정이 길수록 참여비가 오르는 구조다. 복제약의 약효를 검증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투약해 약물 흡수 속도와 최고 농도를 비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