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박물관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 전시 '각양각색-안양에 이르다'를 알리고 있다.
한현숙
바로 옆 '김중업건축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건축가의 작품이 얼마나 유명한지, 왜 이곳에 김중업의 건축박물관이 있는지, 유유산업이 있었던 이곳과 안양사와 중초사의 연결고리는 무엇인지 전혀 모른 채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그러다 이곳의 조성 과정을 통해 얻은 드라마틱한 유적지 발굴 스토리를 듣고 그 반전에 탄성을 질렀다.
안양시는 2005년부터 시 전역을 생활 속 예술공원으로 만들어 '아트 시티(Art City)'화하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를 시작했는데, 그 첫 번째 대상지역이 안양유원지 일대였다.
2007년 안양시는 옛 안양유원지 초입에 있는 유유산업 공장 부지를 매입해 '김중업박물관'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대건축가 중 한 명인 '김중업(1922~1988)'과 '건축'이라는 콘텐츠를 APAP로 활용한 것이다.
1957년 유유산업은 당시 포도밭이었던 이곳에 공장을 세웠는데, 이때 설계를 맡은 이가 김중업이었고, 이 프로젝트 시행 중 발견된 것이 '중초사 당간지주'와 '삼층석탑'이었다. 당시에는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공장 입구 옆에 세워 두었다고 한다.
2009년 김중업박물관 조성 중 문헌상으로만 전해졌던 안양사(安養寺)의 유구가 유유산업 부지에서 발견된 것이다. 안양사는 중초사보다 후에 건립된 사찰로,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기 전 삼성산에 핀 오색구름을 보고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지었다는 전설을 지닌 절이다. 불교에서 '안양'은 아미타불이 사는 '극락'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유구(遺構)의 발견으로 안양시는 박물관 조성 공사를 중단하고 네 차례 발굴조사를 진행한 후, 강당지, 승방지, 동회랑지 등 여덟 개 시설의 터를 찾아냈다. 안양사에서 비중이 큰 금당(金堂) 자리를 찾던 중, 그곳이 바로 유유산업연구소(현 김중업건축박물관) 자리임을 알게 되었다. '안양사' 발굴이 먼저일까? 아니면 '김중업'과 '건축'이라는 APAP의 콘텐츠가 우선일까? 당시 안양시의 깊은 고민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