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있는 케이포네 매립장에 중고품 옷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The Or Foundation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세계 4위 중고의류 수출국이다. 흥미로운 점은 수출되는 중고의류는 대개 국산이 아니다. 수입된 옷이 다시 수출되는 모양새다. 수출 대상국은 인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주로 개발도상국이다. 이렇게 수출된 옷들의 현지 재활용 상황도 국내보다 낫지 않다. 오히려 더 열악하다. 상태가 좋은 옷들은 중고 판매되지만 나머지는 전량 소각, 매립된다. 그렇지도 못한 경우는 그냥 바다로 흘러간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저비용으로 의류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그 부담을 고스란히 개발도상국으로 전가하는 셈이다.
옷은 재활용이 어렵다
수선해서 입고, 대물려 입고, 나눠 입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옷은 재활용이 쉽다고 여긴다. 하지만 옷은 재활용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물건이 아니다. 중고 판매 말고는 딱히 활용처가 없다. 합성 섬유인 폴리에스테르가 플라스틱 일종이라는 걸 감안하면 당연하다. 그런데도 제조된 다음 소비자 손에 가 보지도 못하고 재고가 되는 의류가 전제 생산량의 20% 가까이 된다고 하니 심한 과잉생산이다. 전 세계가 말이다.
과거에는 모든 것을 수리하고 재활용했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물건을 너무 쉽게 버린다. 흔한 이야기다. 지금도 여전히 다양한 수리, 유지 보수 방식이 있고, 많은 물질이 거래되는 국제적인 재활용 시장이 존재한다. 문제는 효율성 증가에 집중하느라 수리할 필요가 없는 물건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경제 체계이다.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이득을 얻는 과정 뒤에는 쓰레기가 있다. 쓰레기는 우리 일상을 간편하게 만들고, 시간과 노동을 덜어 준다.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소각, 매립으로 처리되지 않은 의류와 기타 플라스틱 폐기물 등이 결국 바다로 모인다. 대한민국 면적보다 큰 쓰레기 영토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구 표면적의 70%인 바다에 쓰레기 국가가 계속 생기고 있다. 단순한 방법이나 기술 발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언젠가는 기술이 해답이 될 수 있겠지만 그때가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적어도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일상을 비싸고 느리고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과거의 방법으로는 쓰레기를 줄일 수 없음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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