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자택이 있는 종로구 곳곳에 한강작가의 노벨 문학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전사랑
젊은 세대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한강 소설을 접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읽기를 주저했던 '힘든 소설'을 집어 들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채식주의자>를,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을 시대가 기대된다. 좋은 책은 우리를 언어적으로도 자극해, 그것에 대해 대화하고,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 한강의 매 작품이 그렇듯, 누구나 소설을 읽고 나면 분명히 그 책을 쉽게 놓아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의미에 대해서, 이미지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 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는 다면 관련 영상이나 자료를 찾을 수도 있겠다. 수상의 기쁨보다 작가가 책을 통해 묻는 질문들 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각자의 대답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작가가 던지는 무거운 질문의 무게와 함께 살아갈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한다면 너무 낙관적인 걸까.
한강의 소설은 어렵고 힘든 소설이다. 난해하다기보다는 유려한 묘사와 가슴을 꿰뚫는 이미지로 책을 여는 순간 흡입력 있게 독자를 빨아들여,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거나 피하고 싶은 그곳에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19금 영화에 등장하는 칼놀림과 잘려나가는 사지는 우리를 폭력적으로 오히려 무디게 만들지만, 한강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인간의 야만적인 폭력은 우리의 감각을 더 예민하게 만들어 피부 속으로, 감정으로 타고 들어와 마침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