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우수영항. 크고 작은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다.
이돈삼
벼랑 끝에 몰린 이순신은 울돌목을 결전의 장으로 정하고, 우수영에 진을 설치했다. 열세인 전함과 수군으로 몇 배나 많은 일본군 함대에 정면으로 맞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좁은 해역에서 1대 1 전투 상황을 염두에 둔 전략이었다.
울돌목은 길이 2㎞, 폭은 가장 좁은 곳이 300m에 이른다. 최저 수심 1.9m, 조류 속도 최대 11.5노트. 뭍의 자동차 속도로 환산하면 시속 20㎞ 넘는다. 물길을 감안할 때 무척 빠른 물살이다.
폭이 좁은 울돌목은 넓은 바다에서 바닷물이 모여 수위가 올라가고, 빠져나갈 때 바닷물이 봇물 터지듯 흐르는 곳이다. 호리병 닮은 해역의 유속이 빠르고 바닥이 거칠어 물 흐르는 소리가 20리 밖에서도 들린다고 한다. 급류가 서로 부딪혀 울면서 소리를 낸다고 '명량(鳴梁)'이다.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살려고만 하면 죽을 것이다(필사즉생 필생즉사, 必死則生 必生則死),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일부당경 족구천부, 一夫當逕 足懼千夫)…. 살기 위해선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이순신의 비장한 절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