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청성면 산계리 양육자 이지현씨.
월간 옥이네
커다란 나무가 반기는 청성면 마을 입구에서 청성초등학교 방향으로 죽 걸으면 보이는 분홍색 건물. 미용실을 알리는 알록달록한 회전 간판 아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머리 정돈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버스, 자전거를 타고 온 주민들로 가득하다. 그를 만나러 간 9월 11일은 추석을 앞두고 가족맞이 준비하는 주민들로 미용실이 한창 바쁠 때였다. 이지현씨가 청성면에서 유일한 미용실인 '지현헤어'를 운영한 지도 2년째다.
"자녀 교육을 위해 청성면으로 이주했는데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미용실을 열었죠. 20년 넘게 미용 일을 했고 마침 마을에 미용실이 없어서 주민분들도 반겨주셨고요."
초등학교 1학년 오다은, 5학년 오정훈씨를 양육하고 있는 이지현씨는 3년 전 청성면으로 이주했다. 자연과 어울려 살고 싶다는 오정훈씨를 위해 전국에 있는 작은학교를 알아보던 중 "청성면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는 말에 경기도 양주시를 떠나오게 된 것이다. 오로지 자녀를 위해 선택한 일, 고민 없이 청성행을 결정했지만 부족한 생활 기반 시설이 청성에서의 삶을 고민하게 했다.
"1년쯤 지났을 때 아이들한테 다시 양주로 가자고 했어요. 장을 볼 수 있는 마트도 없고 배달 음식은커녕 그 흔한 편의점도 없어서 힘들더라고요. 게다가 지금 살고 있는 집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그게 제일 무서웠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이곳이 너무 좋다고, 엄마가 적응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더라고요."
빌딩 숲이 아닌 진짜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좋다는 자녀들의 말에 다시 한번 마음을 굳게 먹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주 초반 느꼈던 불편함은 점차 익숙해졌지만 '의료' 문제는 여전히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