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안남보거지소.
월간 옥이네
김홍묵(88)씨는 종종 충북 옥천 안남면사무소 옆에 있는 안남보건지소를 찾곤 한다. 허리나 무릎 따위가 쑤셔 힘이 들 때 침이라도 맞아두면 통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쩍 쌀쌀해진 공기에 감기 기운이 돌면 찾는 곳도 안남보건지소다.
보건지소는 보건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보건의료를 담당하기 위해 설치·운영되는 의료기관으로, 공중보건의사(아래 공보의)가 배치돼 마을에 일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흔히 '의료사막', '의료절벽' 등으로 설명되는 농촌의 열악한 의료 접근성으로 인해 이러한 공공의료기관은 더욱 중요할 터. 실제로 면 주민들에게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지소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지난 9월 23일, 연주리를 찾아 주민들의 안남보건지소 이용기를 물었다.
집에서 걸어서 5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농촌지역 방문진료 실태와 개선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병의원에 방문할 필요가 있었으나 받지 못한 경험의 원인'으로 '거동의 불편'을 답한 농촌 주민은 100명 중 약 16명이다. 이는 같은 사유로 병·의원에 가지 못한 도시 주민 수(7명)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의료기관이 멀어 병의원에 가지 못했다'는 농촌 주민 역시 100명 중 7명에 달한다(도시의 경우 100명 중 1명).
"석 달에 한 번씩 혈압약 타러 가지. 다달이 오면 귀찮다고 한 번에 석 달 치 약을 줘. 나이 드니까 아플 일이 더 많은데, 보건지소가 마을에 있으니까 걸어가면 되잖아. 그게 좋아."
"허리가 구부러졌어도 나이에 비해 건강한 편"이라는 이동월(89)씨지만 "약을 타기 위해 매달 옥천읍에 있는 병원까지 나가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1시간에 한 대꼴로 있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높은 계단을 올라 버스에 타고, 30여 분의 이동 후 하차해 병원까지 걸어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짐이 있거나, 몸이 유달리 아픈 날이면 그 난이도는 몇 배로 증가한다. 그에 비하면 집에서 보건지소까지는 동월씨의 걸음으로도 5분이면 도착하는, 제일 쉬운 의료시설 이용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