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예방 강의지난 9월 자살 예방 강의를 하고 있을 때 모습.
박승일
지난 달에도 구청 주관 강의를 두 번 다녀왔습니다. 그중 한 곳은 서울 한 구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주관한 강의였습니다.
관내 주부들 가운데 갱년기나 우울증 치료를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 중 일부로 자살 예방 교육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인원은 많지 않았습니다.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12명이었습니다. 그리고 50대에서 70대까지 나이가 다양한 여성들이었습니다.
강의실에 들어섰을 때 공기는 따뜻했습니다. 그 전 시간에 아로마를 활용한 취미를 위한 교육이 끝난 뒤라 향기도 좋았습니다. 제가 강의를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강의를 시작한 지 10여 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나 힘들어 좀 도와줘'라고 손을 내밀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실제로 통계를 봐도 그렇습니다. 자살한 사람의 주변인을 대상으로 심리부검 결과 약 79%는 알지 못했고 단지, 21%만이 사전에 미리 알았다는 겁니다"
제 말이 끝나고 한쪽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강의를 멈추고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습니다. 60대 중년 여성이었습니다. 이미 눈은 붉어져 있었고, 볼을 따라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냐고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강의가 끝났습니다. 제가 물건을 정리하고 있을 때 눈물을 흘렸던 중년의 여성분이 제게 조심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강사님, 죄송합니다. 제가 주책없이 중간에 눈물이 났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왜 우셨냐고도 묻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제 강의가 선생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설령 주변에 자살하신 분이 계신다면 결코 선생님 잘못은 아닙니다.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맞습니다. 제 친한 언니가 얼마 전 자살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요즘 잠을 잘 못 잡니다. 제가 왜 그걸 몰라봤을까 하고 가슴을 칩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그걸로 더 힘들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계속 그런 생각이 든다면 이번 교육을 주최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한 번 방문해서 상담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구청에서 주관하는 이번 프로그램에 정말 잘 오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