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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부회장 "리호남 위챗, 증거인멸했다"

[이화영 항소심 공판] 김성태와 달리 '필리핀 리호남' 구체 증언... "내가 만나 안내"

등록 2024.10.24 21:26수정 2024.10.2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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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1심 선고 공판 출석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위반,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성태, 1심 선고 공판 출석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위반,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4일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및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항소심 공판(수원고법 형사1부, 재판장 문주형)에서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은 쟁점으로 떠오른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의 북한공작원 리호남 존재에 대해 "내가 만나서 안내했다"라고 증언했다.

이는 자신이 모셨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증언에 부합하는 증언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 등의 진술에 근거해 2019년 7월 마닐라에서 열린 제2차 아태평화국제대회(이하 국제대회) 기간 중 김 전 회장이 리호남을 만나 70만 달러를 줬고, 이 돈이 이화영 전 부지사가 요청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이라고 보고 있다. 방 부회장은 현재 이 전 부지사와 함께 기소돼 같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다.

이날 피고인석 대신 증인석에 선 방 부회장은 직전 공판(17일)에서 김 전 회장이 명확히 발언하지 못했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지난 공판에서 김 전 회장은 큰 틀에서 리호남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유지했지만, 돈을 줬다는 호텔 이름도 헷갈리는 등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김 전 회장의 진술 상황을 방 부회장도 피고인석에서 지켜봤다. 일주일 뒤 방 부회장은 김 전 회장과는 달랐다.

"리호남을 제일 많이 만난 게 나랑 채OO(쌍방울 직원)이다. 위챗이라고 우리 카톡 같은 게 있다. 거기에 채OO, 리호남, 내가 함께 묶인 방이 있다. 또 나랑 리호남만 있는 방도 있다. (리호남에게) 내가 오카다 호텔 로비로 몇 시까지 오라고 했고, 회장님이 있는 방까지 안내를 했다."

"내 전화로, (2차 국제대회 본행사) 당일인가 저녁에, 리호남이 '왔다' 해서... 우리 숙소는 오카다 호텔이였다. 숙소가 100평 정도 됐는데, 회장님은 방에서 자고 우리는 엑스트라 침대에서 잤다. 우리 일행이 주점 같은 곳으로 갔을 때, 방까지 그분(리호남)을 안내해드리고, (김성태가) '너는 나 대신 저 자리를 마무리하라'고 해서 갔다. 그게 다인데 너무 거창하게 퍼지니까..."

변호인들이 당시 리호남의 옷차림을 묻자 방 부회장은 "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모자는 안 쓰고 있었으며 안경을 꼈다. 조그만 손가방을 갖고 온 듯했다"고 묘사했다. 그는 "70만 달러는 (김성태가) 공항에서 조니워커블루 리미티드 술을 살 때 받은 밤색 캐리어에 담아서 줬다"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리호남이 어느 호텔에 머물렀는지, 며칠에 입국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방 부회장은 리호남과 연락했다는 위챗 내용은 삭제해서 현재 증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장인 문주형 부장판사가 리호남과 대화했다는 위챗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메신저 대화내용은 증거인멸해 없다"라고 말했다.

2년 넘게 구속 중인 이화영, 세 번째 보석 시도... "의도적 분리기소"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유성호

한편 이날 공판 후반부에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보석심문이 열렸다. 2022년 9월 22일 구속된 이 전 부지사는 지금까지 2년 넘게 장기간 미결 구속 상태다. 같은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던 김성태·방용철 등 쌍방울그룹 관계자들은 중간에 모두 석방돼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지만, 1심 재판부(수원지법 형사 11부, 재판장 신진우 부장판사)는 이 전 부지사만 두 차례 보석 신청을 다 기각했다.


그 사이 이 전 부지사는 사실상 사건 내용이 같은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이재명 대표 등과 함께 기소되어 1심 재판이 다시 시작됐고, 그외 각종 개인비리 혐의로 새로운 기소가 추가된 상태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외화의 반출에 필요한 신고나 허가 절차를 위반했다는 매우 단순한 공소사실을 기초로 기소가 이뤄졌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제3자 뇌물로 추가 기소된 이재명 피고인의 공소사실 주요 내용들이 원심에서 심리됐다"면서 "의도적으로 분리 기소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범인 이재명의 증거자료에 대한 탄핵 등이 없는 상태에서 심리가 이뤄졌고, 이 상태에서 항소심이 마무리되면 사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등 여러 가지가 예상된다"면서 "이 사건 재판 때문에 추가 기소된 제3자 뇌물 심리가 형해화될 수 있고, 양형상 불이익도 매우 심각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피고인의 보석 사유와 보석 조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이재명 대표 이야기만 한다"면서 "1심에서 재판 중인 다른 사건이 선고될 때까지 이 사건을 선고하면 안 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보석 청구를 기각해 달라"라고 반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주일 후인 31일 변론 종결할 예정이다.
#이화영 #김성태 #쌍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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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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