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엽 예그린애드 대표
희망제작소
- 현수막 천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것과 소재나 공정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잖아요. 어떻게 이런 도전을 결심했나요.
"독립서점 손님들을 위해 업사이클링백을 제작한 것이 첫 번째 계기였고, 그즈음 장거리 출퇴근을 하게 된 것도 한몫했어요. 쭉 광명에 살다가 사정이 있어 잠시 영종도에서 광명까지 승용차로 출퇴근을 했거든요. 출퇴근 왕복 거리가 100km나 되더라고요.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이들과 과학관에 자주 갔는데 환경 관련 전시물을 함께 보고 배우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거든요. 앞으로 옥외광고업을 계속할 거라면,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출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어요. 요즘은 온라인 광고가 대세라 옥외광고가 점차 줄고 특히 현수막 시장은 위축될 거라고 짐작들 하시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현수막 시장규모는 연간 1800억 원 규모로 껌이나 비빔면 시장과 비슷한 수준이고 심지어 매년 조금씩 성장하고 있어요.
대기업이 전국구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서, 지역별로 한정된 시장을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소기업들이 나누어 점유하고 있어요. 신규 업체 진입도 드물어서 업체간 경쟁을 하기보다는 각자의 영업망과 고정된 파이가 있는 셈이죠. 한마디로 혁신이 일어나기 힘든 구조예요. 우리가 '친환경'으로 차별화해서 새롭게 브랜딩‧마케팅하면 회사가 미래 비전을 갖고 더 클 수 있겠구나 싶었죠."
거래명세서에 탄소저감 누적분 기록... 재구매율 높아져
- 실제로 매출이 늘었나요? 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예상했던 것보다 매출이 빨리 늘었어요(웃음). 재구매율도 높아졌고요. 현수막과 배너 같은 옥외광고물은 주로 기관이나 단체를 상대로 하는 B2B 비즈니스예요. 구매 담당자들에게 우리 현수막이 뭐가 다른지 알리는 게 중요했고 재구매를 유도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기관의 구매 담당자들은 보통 전임자가 선정한 업체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쪽을 선호하지 굳이 업체를 바꾸고 그 업체에서 두 번 세 번 구매하려 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거래명세표에 이번 거래로 얼마만큼 탄소배출이 저감됐는지, 그동안 누적된 양은 얼마인지 표기했어요. 구매자가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재구매율이 눈에 띄게 뛰더라고요.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30~40대 여성 구매 담당자들이 저희 제품에 관심을 갖고 재구매를 많이 하시는 걸로 나타났어요.
친환경 업체로 재창업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저희가 수집하고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매일매일 기록하고 분석해서 마케팅과 브랜딩에 활용한다는 점인데요, 제가 전공자는 아니라서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하며 해나가고 있어요.
또 한 가지 생각지 못했던 변화는 직원 채용과 관련된 건데요, 광명은 청년인구가 적지 않지만 학교와 직장이 서울인 경우가 많아서 저희처럼 작은 기업들이 청년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재창업한 후 디자이너 채용공고를 냈더니 '기업의 가치와 비전에 동의한다, 흥미를 느꼈다'면서 청년들이 지원서를 냈더라고요. 놀랍기도 하고, 뿌듯했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