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이 주는 편안함2023년 10월, 일본에서 반려견 훈련 클럽에서 단체로 엎드려서 기다리기 훈련중에 찍은 사진. 반려견들 사이엔 매우 편안하고 안정된 공기가 흘렀다.
최민혁
개들이 이해하기엔 인간의 세상은 너무 급속도로 바뀌었다. 불과 100년 전과 지금은 개들의 행동을 규정하는 것부터 달라졌다. 가령, 내가 가장 많이 의뢰를 받는 행동은 주로 개들의 '짖음'인데, 과거와 지금은 이 행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다르다.
특히 대한민국 도시처럼 다세대가 모여 사는 환경에서는 집에서도 '짖음'이 문제고, 밖에서도 문제다. 개들의 이 짖음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많은 이유가 불안, 두려움, 알림에 있다. "저 소리나 저 대상은 내 안전과 생존에 위협이 되는 거 같아"라고 판단하면, 개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주변에 알리거나 자신이 쫓아내기 위해 짖음을 수단으로 쓰기 시작한다. 즉 크게 짖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짖음은 과거엔 문제 행동이 아닌 이로운 행동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112를 누르면 바로 출동할 수 있는 경찰도 없고, 나를 위협할 사람을 처벌할 법도 없으며, 굳게 걸어 잠글 수 있는 안전문 도어락도 없던 시절에 개들은 어땠을까. 사실 짖어서 위험을 알릴 수 있었기에 개가 인간과 함께 한 부분도 있다.
그 정도로, 물론 도시 생활에서 개들의 심리가 안정되면 잘 짖지 않기에 반려견을 위해서도 교육을 하는 것이 좋지만, 개들이 느끼기엔 인간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보호자들은 그런 개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아래는 내가 자주 듣는 보호자님들의 멘트들이다.
"야, 버스 저게 뭐가 무섭다고 그래?"
"어휴, 손님한테 개가 버르장머리가 없어."
"너, 형 강아지한테 버릇없게 그 태도가 뭐야."
인간이 보기엔 아닐지라도, 개들이 보기엔 버스가 무서울 수 있다. 버스가 여러 명을 태우는 편리한 교통 수단이며, 도로 교통법을 준수하는 자동차라는 것을 우리는 알지만, 개들 눈에는 언제 자신을 공격할지 모르는 거대한 UFO 같을 수도 있다.
더구나 개들에게는 '손님'의 개념이 없다. 손님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음료와 다과를 내주지 않는다. 개들이 보기엔 타인은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침입자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처음 보는 개들 사이에 '형, 누나, 오빠, 언니' 관계는 없다. 이것까지 강요한다면, 반려견에게 한국의 유교사상까지 주입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사람들이 흔히 개들이 법, 질서, 윤리, 도덕과 같은 추상개념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 하는 실수들이다. 흔히들 개를 교육 시키는 법을 몰라서 문제 행동이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작은 개들을 '의인화(擬人化)'하는 생각이다.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니까, 개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본인의 생각대로 개들을 대하는 것이다.
반려견 교육, 개들에게 법과 질서를 알려주는 것
그럼 이런 개들이 추상개념을 모른다면 개들은 영영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보호자가 곧 '법'이 되어주어, 개들에게 생존에 대한 안정감을 주면 된다. 그것이 교육이다.
교육은 단순히 반려견이 뭔가를 못하게 하고, 안 된다고만 하고, 개들을 편하게 두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세상에서 보호자가 반려견을 리드해주며 같이 있어도 괜찮다고, 세상은 안전하다고 알려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