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국 주가 상승률 및 환율 절상률
송두한
더 심각한 문제는 정책당국의 안일한 상황 인식이다. 불과 2~3년 전에 1100원대에서 놀던 환율이 최근 1400원을 위협하자, 환율발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 22일 뉴욕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원-달러환율 1400원"이 뉴노멀(New Normal)이라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즉, 금융위기 때의 1400원과 지금의 1400원은 질적으로 다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는 경제관료들이 관리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하다 정작 실기하거나 위기가 발현하면 잠수타고 사라지는 경우를 숱하게 목도한 바 있다.
▲ 월평균 원-달러환율 장기 추이
: '21년말(1184원) ⟶ '22년말(1297원)⟶ '23년말(1304원) ⟶ '24년 10월 25일(1391원)
단언컨대, 외환위기 때 1400원이나 지금의 1400원이나 위기 방어선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 선을 사수하지 못하면 자본 유출 압력을 견디지 못해 둑이 무너지는 총체적 난국에 직면할 수 있다. 바람직한 정책 대응은 이를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리대응 역시 정책의 기간불일치(Time Inconsistency of Policy) 문제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봉착한 상태다. 금리를 올려 환율을 잡자니 가계부채 부실이 울고, 금리를 내려 가계부채를 잡자니 환율이 우는 형국이다. 즉, 금리인상 수단을 통해 환율 위험을 제어할 여력이 완전히 소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질 가계부채(가계부채+개인사업자대출)는 2019년 2050조 원에서 올해 2분기 2604조 원으로 코로나부채 증분만 554조 원이나 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코로나부채가 만성적인 고금리 충격에 노출되면서 중산층과 서민경제는 대출로 대출을 돌려막는 부채함정에 빠진 상태다. 부채발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금리인하를 통해 잠재부실을 줄여야 하지만, 한은은 그럴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 실질 가계부채(가계부채+사업자대출)
: 2019년(2,050조 원) ⟶ 2022년(2,539조 원) ⟶ 2024년(2,605조 원)
국내증시는 미국발 증시버블 위험에 노출
선험적으로, 금융위기는 금리주기와 부동산경기가 동시에 정점을 찍은 이후에 금리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발현하곤 한다. 환율시장을 때린 1994년 금리주기(1997년 정점)도 그랬고, 버블붕괴를 수반한 2004년 금리주기(2008년 정점)도 그랬다. 물론, 2021년 코로나 금리주기(2024년 정점)도 이전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버블조정 국면은 반드시 '부채디레버리징'(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채무조정) 과정을 거치게 된다. 금리주기는 내려가는 길이 더 험난한 이유다.
세계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미국발 자산버블 위험이다. 미국 증시와 부동산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장기간에 걸친 버블확장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금리인하와 맞물려 버블확장에서 버블소멸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연준의 자산을 버블의 가늠자로 이용해 자산버블의 크기를 비교하면, 미국의 버블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보다 최소한 4배 이상 부푼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을 축으로 글로벌 자산시장이 조정과 붕괴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