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라는 곡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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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넥스트(N.EX.T)의 신해철은 1992년 뉴키즈 참사 후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해외 문물에 타락한 소녀들' 탓을 이어가던 당시 우리 사회는 애먼 신해철까지 사고 원인으로 끌어들였다. 언론은 "(청소년들이) 외국에 대한 동경만이 아니고 신해철 등 국내 가수에게도 열광한다"라면서 신해철을 겨냥했다.
외국 가수들의 내한공연이 잇따라 취소됐다. 그럼에도 신해철은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그해 8월 무대에 섰다. 맘껏 뛸 수 없었던 관객들 앞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는 더 넓은 공연장에서 우리 모두 다 같이 일어나서 춤출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뉴키즈 사건의 원인이 우리가 아니었다는 걸 밝히는 날이 올 겁니다."
신해철은 2014년 10월 27일 숨졌다. 1992년 뉴키즈 참사를 경험한 그에게 2022년 이태원 참사를 묻고 싶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신해철 팬클럽 '철기군'의 운영자는 그의 기일을 이틀 앞둔, 이태원 참사를 나흘 앞둔 지난 25일 <오마이뉴스>에 이렇게 전했다.
"해철님은 공연을 '노는 것'이 아닌 '문화의 향유'라고 생각했어요. 관객들, 그러니까 문화를 향유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료로 생각했죠. (때문에 뉴키즈 참사 때와 같은) 그런 (문화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뚫고 나가려고 했어요. 뉴키즈 온 더 블록을 보러 갔던 사람도, 이태원에 핼러윈을 즐기러 갔던 사람도, 신해철에게는 다 관객이고 동료죠. 그 동료들이 안전 관리 미비로 인해 참사를 당했는데, '놀다가 죽은 게 자랑이냐'는 식의 말이 나오면 많이 슬퍼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