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시인2024년 10월 24일 정담북클럽(군산)은 이문재 시인을 초대했다.
조종안
"시는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시는 일상에서 하지 않는 질문을 던집니다. '어제 죽었다면'이라는 제 시를 아침부터 단톡방에 올려서 반응을 기대하신 분이 있다니, 그것은 무리입니다. 그래도 두 분씩이나 답을 주셨다니 평소 인간관계를 잘 다져 놓으셨나 봅니다.(웃음) 그분들이 이 시를 두고 무섭다고 하는 건, 고정된 생각에 묶여 다른 질문과 다른 생각을 낯설어 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전환해야 합니다. 이대로는 공멸입니다.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소모임이 중요합니다. <리추얼의 힘>(캐스퍼 터 카일, 2021, 마인드빌딩)에도 나오지만 책을 매개로 하거나 기초 예술을 함께 하는 것이 전환의 기폭제, 촉진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관계를 선악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를 두고 글을 써보십시오. 자신을 선으로, 타인을 악으로 고착 시켰던 과거의 일방적인 관계를 재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야기 속으로 던져진 존재
우리를 키운 것은 구할이 이야기다
이야기를 바꿔야 미래가 달라진다
*
심청이 아빠에게
공양미 삼백석 영수증을
건네며 말했다
다음엔 아빠가 빠져
'전환학교' 일부
<혼자의 넓이>(이문재, 2021, 창비) 중에서
농사를 하는 참여자 한 분이 마이크를 잡았다. 멀쩡하던 무릎이 아프고 눈이 침침하던 차에 '녹슬었다'라는 시에 위로를 받았단다. 그는, 시인이 우리 몸처럼 고장난 것은 바로 '민주주의'라고 시에서 짚어 말한 이유를 물었다.
시인은 지금의 대의민주주의가 진짜 민주주의냐고 반문했다. 민중이 스스로를 통치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할 것인데, 지금 우리는 우리 삶의 필수 요소인 사법체계, 에너지 공급 문제, 심지어 식량 문제에도 스스로의 의견을 투입할 수 없다. 시인은 우리가 민주주의에 예민해지기를 바란다면서 <민중의 이름으로> (이보 모슬리, 2022, 녹색평론사)를 강력 추천했다.
이문재 시인은 젊은 시절에 '전자오락 세대의 상상력'이라는 평을 듣는 작품을 썼다. 뒤늦게 사회에 예민해지며 생태에 관심을 가졌다. 그에게 김종철 선생과 그가 출판한 계간지 <녹색평론>은 등대와 같았으리라. 60+기후행동 활동을 비롯해 생태적 상상력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지금의 모습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의 시 '남녁 사십구재'는 '김종철을 보내며, 김종철들을 맞이하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김종철 추도시를 읽은 참여자들은 과연 우리가 '김종철 이후의 김종철들'이 될 수 있는지 자신을 돌아봤다.
뜨끔하다.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