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30분 9호선 동작역급행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예나
- 서울 지하철 9호선처럼 대중교통의 혼잡이 지속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서울 지하철 9호선은 늘 승객들로 붐벼서 '지옥철'이라고 불리죠. 승객들은 매일 불편을 겪어요. 그래서 현재 6량인 열차를 8량으로 늘리려는 계획이 자주 논의돼요. 2018년에도 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했는데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투자하는 돈에 비해 효과가 부족해요. 일반적으로 비용 대비 편익 비율(Benefit-Cost Ratio)이 1이상이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데요. 이 계획은 그 수치가 0.18에 불과했어요. 이처럼 열차 증편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 그러면 결국 돈이 안 돼서 지옥철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는 건가요?
"꼭 그렇다고만 볼 순 없어요. 그러나 열차를 더 늘려도 추가 요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죠. 해결책은 두 가지예요. 첫째, 비용 편익 비율이 낮더라도 승객들이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으니 무조건 시행하자는 것이에요. 두 번째는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승객들이 추가 요금을 얼마나 부담할 의사가 있는지를 보다 정확히 평가하여 이를 정책 결정에 반영하는 겁니다.
이전 조사에서 승객들은 혼잡을 줄이기 위해 약 4분 정도의 시간을 기다릴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어요. 이 4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방법을 찾는다면 혼잡 문제 해결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도 크게 향상될 거예요. 예를 들어, 출근 통행을 업무 외 시간인 비업무통행으로 분류하는 현행 기준을 개선하여 출근 통행의 중요성을 더 반영하면 혼잡 해소를 위한 타당성 비중이 증가할 수 있죠."
- 시간을 단축하려면 GTX를 많이 놓으면 되는 건가요?
"GTX는 10km정도 정차역을 두고 도시와 도시(동탄-서울)를 잇는 게 역할이죠. GTX 최고 속도가 시속 180km라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표정속도(정차시간을 포함해 계산한 평균속도)는 시속 100km예요. 무궁화호와 속도가 비슷하죠. 시속 100km도 역간 거리를 20km씩 두어야 나는 속도입니다. 20km면 경기도에선 시 2개 중심지 사이 거리이기 때문에 경기도에서 철도가 시속 100km 내는 건 어려워요. 게다가 승강장이 지하 40~50m에 있고 역간 거리도 길어서 환승 시간이 오래 걸리죠.
이렇게 열차를 타지 않고 소비해야 하는 시간을 저는 '마찰시간'이라고 표현합니다. GTX는 마찰시간이 완행 열차나 급행 열차보다 길어요. 그렇기에 한 30km 정도를 이동해야 GTX가 의미가 있기에 서울 내에선 의미가 없죠. 수원-서울 또는 인천-서울쯤은 되어야 의미가 있고 운임료도 높은 편이죠."
- 국토교통부가 올해 5월 대중교통 15회 이상 이용시 20%환급해주는 K패스 사업을 실시했습니다. 이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단순한 운임 할인보단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해요. 자동차 이용 비용을 늘리고 그 재원을 대중교통에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가계 지출 구조를 분석하면 예를 들어 5000만 원 버는 가정은 가계의 10%인 약 500만 원을 자동차 비용에, 1%인 약 100만 원 정도를 대중교통 비용에 사용해요. 대중교통을 비싸서 안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요. 중요한 건 서비스와 품질 문제죠.
대중교통을 개선하기 위해선 '수요 관리'가 필요해요. 도심에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 자동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 '혼잡 통행료'를 도입해야 합니다. '혼잡 통행료'는 도시 중심부로 들어오는 차량에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예요. 런던과 같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 이 제도를 활용해요. 차량이 많이 몰리는 지역에 요금을 부과해서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이렇게 얻은 수익은 대중교통 인프라에 재투자할 수 있어요. K패스와 같은 단순 할인 정책보단 시스템을 강화하고, 수요관리 차원으로 승용차 이용을 줄여야 합니다. 줄어든 승용차 도로를 활용해서 버스 전용 차로로 전환할 수 있어요."
- 자동차와 대중교통의 이용 비용 차이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걷기 좋은 도시를 구축해야죠. '15분 도시'란 말이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걷는 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범위가 약 1km, 걸어서 15분이에요. 직장, 병원, 상점, 공원 등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이 몰려 있다면 사람들이 굳이 차를 타고 이동할 필요가 줄어들어요.
15분 도시의 핵심은 전철역이에요. 늘 다니는 동네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로 가기 편해야 다양한 인프라를 누리겠죠. 대중교통을 계속 이용하는 사람들이 유리하도록 판을 짜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15분 도시의 핵이 전철역이 돼야 하죠. 도시 핵심 시설을 밀집시키고 걷기 공간을 연결시키는 수단이 철도입니다. 도시 전체로 걷기 공간을 확장시키는 수단은 승용차보단 철도와 버스라는 경험을 시민에게 선사해야 합니다."
- 철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보행 환경 개선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보행자를 단순한 '통행인'으로 여기지 말고 그들의 보행권을 보장해야 해요. 철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단순 교통 인프라 확장만이 아닌 보행자가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하도록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보행로를 충분히 확보하고, 기존 보행 경로가 끊기지 않아야 하죠. 대규모 아파트에서 단지내 통행을 주민만 이용할 수 있게 막는 '게이티드 커뮤니티'는 보행자 접근성을 저해해요. 보행로를 개방해 이동 경로를 단축하는 조치가 필요해요.
대규모 빌딩 같은 상업용 건물에서도 보행로를 차단하는 경우가 많아요. 보행자가 이동 경로에 불편함을 느끼면면 짧은 거리라도 자동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밖에 없거든요. 건물 사이의 통행로를 확보해 보행자가 효율적으로 철도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요. 통로를 개방하면 상권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죠. 따라서 철도역과 주변 상업 지역, 주거 지역을 연결하는 보행 네트워크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전동 킥보드 같은 전동 모빌리티가 보행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최근 전동 킥보드 같은 전동 모빌리티가 급격히 늘었지만 인프라는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어요. 현재 전동 킥보드는 보행자나 차량과 같은 공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동 경로와 주차 문제가 심각하죠. 이를 해결하려면 전용 주행로를 만들고 보행자가 불편함 없이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해요. 특히 주차 거치대가 부족해 킥보드가 아무 곳에나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주차 공간을 마련해야 하죠. 보행 환경과 이동 인프라를 함께 정비해야 전동 모빌리티 이용이 더 편리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