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여순민중항쟁 76돌 얼이음 문화제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NCC) 등 지역NCC전국협의회 소속 단체들의 공동주최로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2024 여순민중항쟁 76돌 얼이음 문화제
정병진
여순항쟁 76돌을 맞아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NCC) 등 지역NCC전국교회협의회(아래, 지역교회협) 소속 회원 60여 명이 28일 오후 여수 이순신광장에 모여 '얼이음 문화제' 행사를 하였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발표한 성명서에서 "지난 2021년 여야 합의로 여순사건 특별법을 제정하였지만, 현 정부는 그 특별법의 근본 목적과 정의마저 무너뜨리려 시도한다"고 지적하였다. 이어 역사 왜곡 한국교과서 검정 승인 시도를 규탄하고 지지부진한 여순사건 피해 신고 조사 실적의 시정, 미국의 학살 책임 사과 등을 요구하였다.
이날 행사는 여순사건당시 14연대 봉기군이 '제주도출동거부병사위원회' 명의로 배포한 '애국인민에게 호소함'이란 호소문 낭송을 시작으로 김종옥 목사(고흥세곡교회)의 추모창, 위드어스앙상블(단장 정한수)의 추모곡 연주, 성악가 이중현 씨와 솔샘중창단의 추모 노래, 조점화 목사의 추모시 낭송, 박금만 화백의 여순기록화 설명 등 다채로운 순서로 여순 추모의 열기를 더하였다.
특히 여순항쟁 당시 만성리 형제묘 현장에서 총살당한 고 박창래 선생(1914-1949)의 손녀 박정이 전도사의 추모사가 좌중을 숙연케 하였다. 박창래 선생은 일제강점기 여수수산학교에 다니며 독서회 활동으로 독립운동을 벌였으나 여순항쟁 때 여수 화양면 인민위원장을 잠깐 맡았다는 이유로 군사재판에 회부돼 '사형' 선고를 받고 총살당하였다. 당시 경찰은 박 선생의 큰아들 박회순씨마저 체포해 군사재판 넘겼고, 박회순은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아 김천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한국전쟁 당시 법적 절차 없이 즉결처형당했다.
박정이 전도사는 추모사에서 부친 박도순이 생전에 "'빨갱이'라는 누명을 벗고 명예회복을 시켜달라고 날마다 기도하였다"고 회고하였다. 그런데 2019년 3월 조부 박창래의 독립운동이 인정돼 국가유공자에 선정됐고, 지난 2023년 8월에는 재심재판에서 검사가 "'범죄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없다'며 무죄선고를 요청해" 무죄선고를 받았다. 더욱이 올해 9월에는 "큰아버지 고 박회순 또한 재심재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며 감격스러워하였다. 그러면서 "당시 억울하게 처형당한 분들도 형사재판의 길이 열려 무죄판결을 받을 기회가 생겨 하루빨리 해결 받는 날이 오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