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세상으로 가는 길동학농민군들의 염원인 '새 세상으로 가는 길'을 목판화로 그려냈다.
박홍규
그렇다.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알려면, 동학과 천도교의 전체적인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준 동학사상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먼저 동학사상을 창명한 동학의 창시자에 대해 알아야 한다. 1세 교조 수운 최제우 선생의 집안 내력, 탄생과 성장과정을 정사(正史)는 물론 구전(口傳)과 설화(說話)를 가리지 말고 섭력(涉歷)해보자.
동학 시대를 이끈 2세 교주 해월 최시형 선생은 동학 1세 교조 수운 선생의 존칭을 대선생주(大先生主) 즉 '수운 대선생님'이라 존칭했다. 3세 교주 의암 손병희 선생 이후 천도교에서는 수운 선생을 공경하여 이르는 말로 수운 대신사(大神師)라 높여 존칭한다.
수운 선생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 종교를 최초로 창교한 교조로서 성인(聖人)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또 하나는 세계정신문명을 개벽(開闢)시킬 인류의 대성인(大聖人)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일찍이 민족시인 신동엽은 서사시 <금강>에서 수운 선생을 석가·예수와 더불어 세계적인 성인으로 조명한 바 있다. 윤석산 시인은 <동학교조 수운 최제우>에서 사람은 누구나 한울님과 같은 존재라는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사상을 설파하였다.
신동엽은 "수운이 말하기를 그대들의 눈동자여, 높고 높은 하눌님이어라"고 표현 하면서 동학의 인즉천(人卽天)을 인류 해방과 구원 사상으로 승화시켰다. 윤석산은, 수운 선생은 시천주(侍天主)를 통하여 인간은 누구나 본질적으로 평등하다는 즉 당시 사회적으로 신분이 천한 사람이나 존귀한 사람이나, 양반이나 천민이나를 막론하고, 무궁한 한울님을 모신 존엄하고 평등한 존재임을 강조하였다고 하였다.
국내외에서도 유명한 철학자 김용옥과 시인 김지하가 강연과 저술을 통해 수운 선생을 공자와 예수에 버금가는 위대한 성자라고 하였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자신의 저서인 '우리가 하느님이다. 동경대전2' 용담가 해의에서, 수운은 동학·무극대도를 닦아낸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한 자부감, 선택받은 자로서의 자신감이 "만년에 한 명이나 있을까 말까 한 장부 즉 만세일지장부 (萬世一之丈夫)"라는 어귀로 표현되고 있다고 하였다.
김지하 시인은 <이 가문 날에 비구름을>이란 독특한 판소리 가락의 담시에서 민중이 하늘, 백성이 하늘, '사람을 한울님 섬기듯 하라'는 수운 선생과 해월 선생의 가르침을 이렇게 설파하였다.
수운 목구멍에서 왼갖 중생 갖은 바닥 쌍것들이 수도 없이 꾸역꾸역 기어나오는데/ 팔도 농투산이란 농투산은 다 기어나와 "사람이 한울이다! 이 도적놈들아 한울님 맛 좀 보아라!"/ ···백정이며 사당이며 딴따라, 기생, 화심이, 영자, 춘자, 때밀이, 안마쟁이, 니나노, 공순이, 공돌이, 뽀돌이, 식순이, 호순이, 화적떼, 비렁뱅이, 머슴, 시라이, 양아치, 작두날림, 종년 종놈들 와크르르 쏟아져나와/ "사람 섬기기를 한울같이 하렸다! 네 이놈들 우리가 네놈들 섬기는 것 좀 보아라!
소설 <단(丹)>의 주인공이자 우학도인이라 알려진 봉우 권태훈 선생은 수운 선생을 가리켜 "인내천(人乃天) 사상으로 유명한 19세기말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사상가이자 도인이며 선지자인 수운 최제우 선생은 전인류의 위대한 성인(聖人)이시다. 수운 선생이 창도한 오만 년 무극대도(無極大道)는 장차 인류에게 다가올 평화세계를 상징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생은 오천 년 정신세계를 이끌어갈 만세대장부이시다"라고 설파하였다.
수운 선생 탄신 전후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본다. 조선의 역사는 물론이고 세계의 역사에서 인종 차별과 계급 사회는 쇠사슬로 엮인 듯이 존속해 왔다.
기득권 사회는 양반과 상놈이라는 갈라치기로 자신들의 권한을 자손대대로 누리고 노비(奴婢)들은 그야말로 짐승 취급을 했다. 한번 종으로 태어나면 후대 자식들도 종이며, 대대로 노예(奴隸)생활을 했다. 이러한 역사를 일시에 타파(打破)한 것이 동학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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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영은 현재 「동학혁명기념관장」, 동학민족통일회 공동의장, 평화민족통일원탁회의 공동의장,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국민연대 공동대표,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자문위원, 또 현(現)천도교선도사·직접도훈, 전(前)전주녹색연합 공동대표, 전(前)전주민예총 고문, 전(前)세계종교평화협의회 이사 등 종교·환경단체에서 임원을 엮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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