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으로 돌아오기 전 국토대장정을 떠난 최학수
최학수
이야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최학수는 대학생 때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그리고 대학 졸업 후 군대를 다녀와서 제주살이를 하면서 '이야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쌓아나갔다. 수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도구로 글쓰기와 사진, 영상을 즐기던 것이 신문사 취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으니, 20년 내내 살아온 고향은 더 답답하고 지루했을 것이다.
국토대장정과 이야기 |
"부산에서 서울까지 대학생 144명이 한 번에 걸어가는데, 72명씩 줄로 두 줄로 쭉 서서 걸어가는 거죠. 50분 걷고 10분 쉬다가, 다시 출발할 때가 되면 줄 서서 50분 걷고 그런 시스템이에요. 10분 쉬고 오면 옆 사람이 바뀌어 있는 거예요. 휴대폰도 다 걷었고, 걸으면서 딱히 할 게 없잖아요. 그럼 옆 사람이랑 이야기하며 걷는 거예요.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어느 대학교 다니세요? 무슨 전공 하세요?'로 매번 똑같이 시작하는 대화지만 때마다 그 뒷이야기가 다 달라지거든요. 그 50분 사이에요. 그걸 3주 동안 매일 한 거예요. 그런 경험을 통해서 이야기는 되게 재밌고 소중하다는 감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감사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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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와 이야기 |
"제주에서 게스트 하우스에 계속 있었는데, 항상 새로운 사람들이 오거든요. 그 사람들이랑 대화하면서 남들 인생 찍먹해 보는 게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사람들 인생이 너무 궁금하고, 다양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영감을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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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능할 지도 몰라, 함양에서 재밌게 살기
스무 살에 떠난 둥지 함양으로 6년 만에 돌아왔다. 나그네 같은 마음으로 함양에 온 지가 어느덧 4년, 이제는 함양에 엉덩이도, 마음도 붙이고 주인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
"'난 함양을 떠날 거니까, 뭐' 이런 마음이 늘 기저에 있었는데 그게 한 번 확 뒤집어진 그 순간이 있어요. 서하다움(*서하다움: 함양 서하면에 위치한 청년레지던스플랫폼)에서였죠.
대학생 때 가끔 고향집에 오면 빈둥(*빈둥: 함양읍에 위치한 마을활력공간) 소식을 접했고, 그런 걸 통해서 빈둥 협동조합이 함양의 좋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요. 그런 빈둥을 이끌었던 김찬두 대표님이 서하다움도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걸 취재과정에서 알게 됐고요.
제주에서 생활할 때부터 도시재생이랑 지역살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때쯤 청년 마을 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SNS에서도 많이 보였어요. 그렇게 다른 지역에서나 보던 '우수 사례' 같은 것이 함양에도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서하다움에서는 지역살이 경험을 통해 지역과 관계를 맺고 지역을 이해해나갈 수 있는 '2주 살아보기', '삶일놀이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이 열린다.)"
최학수에게 함양은 이전까지 '그 어떤 가능성도 없는 곳'이었다. 흔히 토박이들이 그렇듯, 함양은 새로울 것이라곤 없는 곳, 결핍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었다. 그런데 도시 청년들이 함양에 와서 살아보며 새로움을 느꼈다고 할 때, 함양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즈음 함양 청년 모임 '이소'도 만들어졌다. 이런 일련의 흐름이 최학수의 함양 인생을 바꿔놓았다. 함양에 남아 뭔가 더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서고부터 최학수는 확실히 더 바빠졌다. 그의 활동들은 한층 더 방향이 잡히고 깊이가 더해졌다.
"이전까지는 제 생각의 종착점은 함양이 아니니까, 함양을 늘 과정처럼 여겼던 것 같아요. 근데 이때 처음으로 기사에 진심을 담아 하나하나 엄청 열심히 썼던 것 같아요.
그걸 인연으로 2022년 봄, 서하다움에서 했던 '소셜다이닝'에도 가게 됐어요. 거기서 함양에 대한 제 마음가짐이 바뀌었어요. 저는 그날 온 사람들, 공연들이 다 기억날 정도로 좋았어요. 그때 더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고, 그러면서 2022년 10월에는 '거함산 청년 문놀장' 같은 큰 행사도 함께 기획해 보게 된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