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프라의 역할을 해보기로 하고 직접 연 '이소 문화센터'의 미술 수업시간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
직업도 취향도 다양한 청년들을 처음 한데 모을 수 있었던 건, 최학수를 비롯한 운영진의 기획력과 친화력 덕분이다. 처음 모임을 열었을 땐 연결에 목말랐던 청년들이 매달 20~30명씩 모였다. 매달 자기소개 하기 바빴다고. 지금은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독서모임, 영어 모임, 글쓰기 모임, 플로깅 모임, 와인 모임 같은 소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는 '이소 문화센터'라고 해서 문화 인프라의 역할을 해보기로 했어요. 지역 문화 강좌는 아무래도 주된 대상이 정해져 있다 보니까 프로그램들이 청년 친화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우리가 직접 열었어요. 청년 친화적인 시간대에, 청년 친화적인 주제로 청년이 가르치고 청년이 배우는 그런 구조로 만들어봤어요. 미술 수업, 가죽 공예, 취향 찾기 등의 모임이 열리고 있어요."
그러나 이렇게 계속 기획된 모임을 운영하자 운영진과 참가자가 뚜렷이 구분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누군가 계속 운영 에너지를 제공해야만 했다. 그래서 올해는 운영 체제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운영진들을 더 모아봤는데 너무 지원자가 없더라고요. 구글 폼에 응답해서 목록화되어 있는 청년은 100여 명인데 말이에요. 그게 이소의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느슨해서 언제든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지만, 제공자와 수혜자가 구분된 느낌이요. 그래서 올해는 5명이 협동조합의 형태를 갖췄어요.
제가 처음에 청년 모임을 생각한 게, 명단과 함께 네트워킹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거였어요. 지금은 여행자와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있으니까, '로컬 커뮤니티 호텔'을 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독립하면서 생긴 제 집을 그렇게 활용할 방법을 구체화하고 있어요. 지금 협동조합원들이 지원사업 심사를 받으러 가 있어요. 좋은 소식 기대해 주세요."
'낯은 가리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최학수의 소개 글이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은 사는 게 재미있다. 이렇게 재밌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소멸'이라니, 가끔 그 말이 우습단 생각도 든다. '오래가는 것들을 좋아한다'도 최학수의 말이다. 최학수가 좋아하는 함양도 오래가면 좋겠다.
최학수의 진심 어린 고민과 성실이 촛불처럼 함양 구석구석 작고 소중한 이야기를 찾아 비춘다. 그리고 가사처럼 촛불은 주변으로 옮겨가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된다. 그러다 어느새 어둠은 사라지듯, 최학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함양의 오늘과 내일이 환하게 밝혀지는 느낌이 든다. 10년 후엔 우리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뉴농촌'을 맞이하고 있을까. 그때까지 동료 활동가 최학수와 살맛 나는 새 농촌의 이야기를 같이 써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