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주변 나무들호수 주변의 나무들이 새들의 서식처로 기능하고 있다.
이채미
호수나 물 근처는 공기가 비교적 정체된 지역이다. 물가의 습한 환경은 냄새 분자를 공기 중에 오래 머무르게 하고, 물의 흐름이 느리거나 정체된 곳에서는 냄새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더운 여름철에는 습도가 높아져 새 배설물의 악취 성분이 더 쉽게 방출되고, 공기 중에 오래 머물면서 냄새가 더 심하게 퍼진다. (*1)
비가 오면 새 배설물 냄새가 더 심해지는 이유
새의 배설물에는 요산, 암모니아, 황화수소 같은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다. 비가 내리면 물이 새의 배설물과 섞여 이러한 성분이 더 빠르게 분해되면서 암모니아와 황화수소 같은 휘발성 화합물이 대기 중으로 더 많이 방출된다. 이 과정은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 더욱 촉진된다.
비가 올 때는 물가와 마찬가지로 습도가 높아 냄새 분자들이 공기 중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된다. 또한 비가 오는 날은 공기가 무거워지고 바람이 약해지기 때문에 냄새가 한 곳에 고여 쉽게 흩어지지 않고 강하게 느껴지게 된다.
또한 비가 내리면 새 배설물이 쌓인 지역에 물이 고이면서 배설물이 물에 녹아 흘러 들어 배수구나 호수 등으로 퍼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냄새가 더욱 넓은 지역에 퍼질 수 있다.
국내의 다른 사례는?
올해 5월, 포항의 한 야산에서 여름 철새인 백로와 왜가리의 배설물로 인한 악취 민원이 잇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벌채 작업을 시도하다 논란이 일어 작업을 중단한 바 있다. 인근 주민들은 여름마다 새의 배설물과 이에 따른 악취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2)
울산 태화강 철새공원에서는 백로의 배설물 악취로 인한 주민 불편이 심각한 상황이다. 울산시는 태화강 주변의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악취 제거제로 사용되는 EM 발효제를 뿌리고 있지만 백로의 번식기에는 악영향을 우려하여 사용을 중단한다. 비가 오는 날에는 새의 배설물로 인한 악취가 더욱 심해 주민들의 하소연은 늘어나고 있다. (*3)
새 배설물로 인한 악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벌채 작업과 같이 새들의 서식지를 훼손하는 행위는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린다.
장기적으로는 인간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인간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레이저 퇴치기
천안시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방역을 위해 레이저건으로 야생 조류 퇴치 작업을 벌인 바 있다. 레이저 건은 유효사거리가 2 km인 초록색의 레이저를 철새와 그 주변에 발사하여 환경 파괴 없이 철새를 쫓아내는 방식이다. 레이저가 새를 비추면 새들은 해당 지역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떠나게 된다. 이 기술은 기존의 소리나 화학물질을 이용한 방식보다 비교적 새들에게 안전한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4)
- 미생물 기반 탈취 기술
미생물 기반 탈취 기술은 미생물과 효소를 활용하여 악취를 유발하는 화합물을 자연적으로 분해하는 방식이다. 새의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악취의 주요 성분은 암모니아와 황화수소이다. 냄새가 심한 지역에 미리 배양된 질산화 세균(암모니아를 질산염으로 전환하는 세균)을 투입하면 냄새의 주된 원인이 되는 암모니아를 줄일 수 있다. 이 과정은 자연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추가적인 화학 처리가 필요 없고, 결과물 역시 환경에 무해하다. (*5)
- 효소 기반 탈취 기술
효소를 이용한 탈취 기술은 특정 효소를 이용하여 악취의 주요 성분들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방식으로, 반응 속도가 빠르고 효과가 뛰어나다. 효소는 특정 화합물과 선택적으로 반응하여 악취를 발생시키는 물질을 빠르게 중화하거나 무해한 물질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우레아제는 암모니아 냄새의 원인 중 하나인 요소를 분해하는 효소로 요소를 물과 이산화탄소로 변환하여 암모니아의 냄새를 줄인다.
프로테아제는 단백질 성분의 악취 물질을 분해하는 효소로 단백질을 작은 펩타이드나 아미노산으로 분해하여 악취의 농도를 줄인다. 이러한 효소들은 혼합 형태로 사용되거나, 특정 악취 성분에 맞춰 선택적으로 투입될 수 있다. 효소 기반 탈취 기술은 공기 중의 냄새 분자뿐만 아니라 배설물이 직접 닿은 표면에 스프레이 형태로 적용하여 빠르게 악취를 제거할 수 있다. 이 방법은 환경에 무해하고 화학적 탈취제보다 안전하고 효율성이 높다. (*5)
새 배설물로 인한 악취 문제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생활 공간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문제다. 이 문제는 도심과 자연이 맞닿은 공원, 호수, 주거 지역 등에서 흔히 발생하며 비가 내리거나 물가 근처인 경우 더 심각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날 다양한 기술들이 새의 서식지를 보존하면서 인간의 불편함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생태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불편함을 극복해 나가려는 노력은 향후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1) Alex Cosmas, "Why Odors Get Worse When
Weather Warms", freshwaveIAQ, 2019.05.16,
https://freshwaveiaq.com/why-odors-get-worse-warm-weather/,
(접속일: 2024.10.30)
(*2) 박성아, "악취
민원에 백로·왜가리 서식지 벌채..하필 번식기에?", 포항mbc, 2024.05.02,
https://www.phmbc.co.kr/www/news/desk_news?idx=190773&mode=view,
(접속일: 2024.10.29)
(*3) 신동섭, "국내최대
백로 서식지 태화강서 악취 진동", 경상일보, 2024.06.21,
https://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2154,
(접속일: 2024.10.29)
(*4) 박주환, "천안시, AI 유입원 철새퇴치… 레이저 건 투입", 천지일보, 2020.10.29,
https://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794213,
(접속일: 2024.10.29)
(*5) 정혜근, (2024), '환경미생물및실험' 강의자료, 건국대학교, 사회환경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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