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김다이 학예사가 소개한 전북도립미술관의 전시 포스터 몇 장
김규영
특히 지난해의 <미안해요 프랑켄슈타인>(2023.7.28.~2023.11.26.) 특별전은 도립미술관 개관 이래 최초로 국내 주요 미술전문 잡지 '아트 인 컬쳐'에도 실려 평단과 대중에게 모두 인정받았다고 한다.
이 특별전이 '인간 활동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인류세Anthropocene의 관점'으로 본 전시였다면, 올해의 <버릴 것 없는 전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통제 불능의 자본세Capitalocene의 정치 경제 사회적 개념이 된 쓰레기와 동시대 예술의 접점을 탐구'한 것이다(전시 소개글에서 일부 인용).
여기엔 인류세, 자본세, 브뤼노 라투르, 도나 해러웨이 등, 생태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가장 최신의 담론 개념과 학자들이 담겨 있다.
나라 간의 경계가 의미 없어진 지금, 도립미술관은 지역 토호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서 머무를 수 없다고, 비안간 존재와 공존하기 위해 지구적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은 예쁘고 아름다운 것, 스펙타클한 볼거리가 전부일까요? 예술은 사회를 비추는 창이 되어야 합니다. 대안적 상상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미술관은 공론장입니다. 관람객이 미술관을 나서면서 전시에서 전달한 메시지를 대화와 토론으로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김다이 학예사와 함께한 '정담아르떼'의 취지도 그와 같다고 한다.
이영욱 미술평론가의 <비평으로 읽는 현대 한국미술_ 해방 이후 현재까지>, 박찬경 작가의 <전통의 새로운 이해와 탈식민성>, 조지은 작가의 <현대한국미술에서의 공공적 실천_ 벗에 관하여>로 이어진 프로그램의 면면이 그러하다. 다음 주 고보연 작가의 <삶의 환경과 미술의 언어>, 신석호 작가의 <자역이 말할 수 있는 것은?>의 강연도 기대되는 까닭이다.
누군가는 말할 수 있겠다. 관람객들은 그런 거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고. 피카소 같은 유명한 작가 전시를 좋아한다고. 대형 전시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미술이 무엇이고 예술이 무엇인가. '관람객 숫자가 많으면 좋은 전시'라고 말하는 정량적 평가를 괜찮은 전시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
공공미술관이 대안적 화두를 던진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파격적이다. 그러나 다른 시립, 도립미술관에 비해 예산도 인력도 1/3 수준으로 열악한 전북도립미술관은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전북이라는 지역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볼 때 인구소멸 지역 비중이 높고 지자체 예산이 꼴찌에 가까운 전북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서울처럼 큰 규모를 가진 도시를 모델로 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