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 자리 잡은 기후 동행 카드 김민서
기후 동행 카드의 이용 범위는 서울 지역의 지하철, 김포 골드 라인, 서울시 면허 시내버스, 마을버스이다. 내가 사는 곳은 서울시 면허 버스와 경기도 버스가 모두 다니는 곳이었기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서울 면허 버스를 타고 가장 가까운 서울 지역의 지하철역으로 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가장 빨리 오는 버스를 아무거나 타고 서울 또는 경기도 지역의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시간 단축과 교통비 절감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학생 혹은 직장인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등교를 하거나 출근을 할 때는 1분 1초가 소중하다. 1시간 30분 거리의 대학에 9시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도에 사는 나는, 기후 동행 카드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서울시 면허 버스만을 이용해야 한다. 내가 탈 수 있는 서울시 면허 버스의 배차 간격은 약 15분이기 때문에, 이 카드를 이용하려면 아침에 15분 일찍 나와야 하는 것이다.
편리성보다 중요한 것은 기후 동행 카드를 사용했을 때의 경제적 이득이다. 개강하고 한 달 동안의 교통비를 살펴보니 약 10만 원이었다. 등교뿐 아니라 친구들과의 약속,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가야 할 때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결과이다.
당시에 청년 할인이 적용되지 않아 기후 동행 카드의 가격은 6만 5000원이었다. 해서 매달 3만 5천 원을 절약하기 위해 기후 동행 카드를 구매하기로 했다(이 또한 나중에 할인 정책이 추가됐는데, 그래서 현재는 청년 할인이 적용되어 5만 5000원으로 인하되었다).
기후 동행 카드의 이용률 저조, 이유는
나는 합리적인 가격에 만족하면서 사용했지만, 어느새 내 주변에서는 하나둘씩 기후 동행 카드를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사례가 꽤 많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서울시 내의 노선만을 할인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이 불편하고, 생활 속에서 여러가지를 고려할 때 비용 할인의 이점이 그다지 크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기후 동행 카드의 취지는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시민이 참여해야 그 실효성이 있는 것일텐데, 현재로서는 탄소 절감 효력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10월 31일, '시민이 바라보는 서울시 대중교통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나는 유튜브를 통해 이 토론회를 시청했다).
이날 토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린피스와 시민단체 '우리 모두의 교통 운동본부'는 최근 기후 동행 카드 이용 현황 설문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9%만이 기후 동행 카드를 이용하고 있으며, 4.4%는 이용 경험은 있으나 현재는 이용을 중단했다. 기후 동행 카드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48.8%가 '이용 노선이 할인 혜택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서', 32.7%가 '비용 이점이 적기 때문에'를 선택했다.
설문조사 결과 중 눈에 띄는 것은 연령대별 기후 동행 카드 이용률이다. 20대의 이용률은 12.9%로, 타 연령 대비 높았다.
보통 20대는 대학생 또는 사회 초년생의 비율이 높기에, 자가용 이용자가 많지 않을 것이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도로 위의 탄소가 절감된다.
카드를 사용하면 교통비를 할인해주는 현 정책은 당연히, 자가용 이용자들에게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고 기존에 대중교통을 타던 사람들에게만 이득이 되는 구조이다.
교통비 인하가 유의미한 탄소 절감으로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