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안창호, 심우정, 오동운, 김행, 이균용, 이창양, 한동훈, 조승환, 송미령, 조지호, 유상임, 박성재, 유인촌, 이영, 김승희, 강정애…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청문회 과정에서 상속 및 증여 관련 의혹이 불거진 바 있었던, 윤석열 정권에서 고위공직자 후보에 오른 이들이다. 청문회마다 상속재산 미신고, 편법 증여, 상속세 미납 등 각양각색의 의혹이 불거졌다. 과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이도 있고, 자료 제출 없이 그냥 눙친 이도 있고, 이른바 '입각세'(논란이 되자 늑장 납부)를 내고 어찌저찌 넘어간 이도 있다.
전 정권이라고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박성진, 홍종학, 박범계, 김영주, 박상기, 최정호 등의 장관 후보자들에게도 비슷한 의혹이 있었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일부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동산 편법 증여는 선거 쟁점이 될 정도였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한민국의 정치인·교수·기업인·법조인·언론인 등등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이들 사이에서 상속·증여세 회피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편법과 우회는 기본이고, 불법도 태연자약하게 저지른다. 청문회에 나올 자신이 선 인사들이 이 정도일진대, 공개적 검증 이면의 상류층의 상속·증여 실태는 어떨까.
또 다른 하나는 국세청의 외면이다. 청문회에서 발견된 불법이 의심되는 대부분의 상황에 대해 국세청이 사전적으로 탐지했다거나 조사와 추징을 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는다. 국세청이 통상 탈세가 의심되는 자금 흐름을 확인하고 추적하는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저 '사회지도층'들에게는 도무지 손이 닿지 않는 모습이다.
정상적인 사회가 이런 현실에서 교훈을 얻는다고 한다면, 최상위층 상속 및 증여 실태의 전수조사와 시스템 개선 방안을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집행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양당은 하지 않는다.
이런 현 상속세를 과연 '가정맹어호'라고 일컬을 수 있을까? 실상 종이호랑이만도 못하지 않은가. 12억 원 아파트 한 채를 부모 잘 둔 덕에 물려받아도 근로소득세 실효세율 만큼의 세금조차 내지 않아도 된다. 법의 허점 속에서 재벌과 고위층은 상속과 증여를 수백억 원 단위로 요리조리 회피한다. 심지어 상속세율이 너무 높아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고픈 부모를 불법으로 내몰고 있기에 세금을 깎아줘야 한다는 주장이 횡행한다. 그 자식들은 수십억 원을 물려받는 상위 1%인데도 말이다.
여기서 상속세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적어도 상속의 현실 파악이 필요하다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실제로 최상위층이 어느 정도의 재산을 어떤 방식으로 보유하고 은닉하며 물려주는지 확인하고 알아내는 노력은 기울여야 한다. 상속세 합리화든, 유산취득세 개편이든, 모든 정책의 시작은 정확한 현실 이해에서부터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덮어놓고 진행시키는 5년간 18조 원 상속세 감면이 아닌, '국가 상속·증여 실태 조사위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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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안 내려고, 최상위층은 이런 짓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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