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남소연
"내년 예산이 적기에 집행되어 국민께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을 확정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부의 정책과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와 국회의원들에게 내년도 예산안의 원만한 처리를 당부하는 자리. 그러나 정부의 최고 책임자는 그 자리에 없었다.
4일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이뤄지는 국회 본회의장. 연설문은 윤석열 대통령 대신 한덕수 총리가 대신 읽었다. 시정연설에 대통령이 나오지 않는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대통령은 지난 9월 2일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야유,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 가서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오시라고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느냐"며 국회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한 바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원식도 싫고 시정연설도 싫다니, 대통령 자리가 장난인가"라며 개탄했다.
"글로벌 복합 위기 딛고 우리 경제 살아나고 있어"
한 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문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을 정도로 나라 안팎의 어려움이 컸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분쟁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불러왔고 우리의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다"며 "이러한 글로벌 복합 위기는 우리 민생에 큰 타격이 됐다"고 회고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이러한 대내외의 위기에 맞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민생의 어려움을 풀기 위해 2년 반을 쉴 틈 없이 달려왔다"고 말한 뒤 올 수출 사상 최고치 달성, 2년 연속 최대 투자 유치 기록,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역대 최대 규모 방산 수출 등을 예로 들며 "그 결과 이제 우리가 위기 극복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신용평가사는 이에 힘입어 작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일본을 앞섰고 2026년 우리의 1인당 GDP가 4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지난 10월 세계국채지수 편입 결정은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지표"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이처럼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민생의 회복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며 물가 안정, 주택시장 안정, 약자 복지 확대, 지방시대 4대특구 도입 등을 역설했다.
참고로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국정브리핑에서 '블록버스터급 수출 증가'를 언급했으나, 지난 24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수출은 앞선 분기보다 오히려 0.4% 감소했으며, GDP 성장률도 0.1%에 그쳤다.
윤 대통령은 특히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도 힘을 쏟아왔다며 '흔들리던' 한미동맹을 바로 세워 글로벌 포괄 전략 동맹을 구축했으며 '무너진' 한일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협력 시대를 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연이어 언급하고 있는 연금, 노동, 교육, 의료 등 4대 개혁의 완수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이에 더해 인구 위기 극복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지목했다. 그는 이를 위한 정부 역량을 총결집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저출생수석실을 신설하고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구전략기획부가 신속히 출범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