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회 올해의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 시상식 중. 참여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시상식에 함께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공장에 남아 투쟁을 이어가는 7명이 그곳에 있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며 돌보고 투쟁의 의의를 다진다. 서로가 있는 한, 투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는다. 옥상과 지상의 끈끈한 돌봄은 각자도생을 강조하는 사회에 의문과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각자도생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감각하게 만든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최현환 지회장은 "한국에 진출한 수많은 외투기업(외국인투자기업)들이 다시는 저희들 같은 상황을 만들지 못하도록 저희가 먼저 앞장서서 이 투쟁 고용승계로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며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치밀한 자본과 자본의 편인 공권력에 맞서는 투쟁
한국 옵티컬 하이테크는 일본 화학기업인 '닛토덴코'의 자회사다.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닛토덴코는 평택 LG디스플레이에 납품을 하는 공장이 있다. 또한, 평택에는 삼성 디스플레이를 납품하는 또 다른 자회사가 있고 영업을 총괄하는 서울의 영업사업소가 있다. 요약하자면, 닛토덴코는 3개의 자회사가 한국에 진출해 있다. 2022년 10월 4일 구미에 위치한 공장의 생산 설비에서 스파크가 발생하며 화재로 이어졌다.
이후 화재를 수습하지 않은 채 공장 가동이 중단되었다. 화재보험을 들어둔 회사는 1300억 원의 화재보험금을 받았다. 공장을 재건하고도 충분히 남는 돈이었지만 회사는 다른 선택지를 택했다.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통보하고 193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구미공장의 생산물량은 또 다른 자회사인 평택 한국니토옵티칼로 옮겨졌고 공장은 폐업 처리되고 고용 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끝끝내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노동자 17명은 해고됐다.
회사는 그간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에 근거하여 50년 토지 무상임대와 세제지원 등의 각종 혜택을 누렸다. 지자체는 철저히 자본의 편에 섰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묵살했다. 그리고 2023년 12월 29일, 구미시청은 옵티칼 공장 철거 승인을 예고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2022년 이와 같은 말을 했었다. "다양한 노동정책 추진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노동자가 행복한 도시, 노사가 상생하는 도시, 기업하기 좋은 도시, 구미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 결국 '노동자가 행복한 도시'는 빠지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만 남았다. 기업도 지자체도 책임에서는 손쉽게 빠져나갔다.
그렇게 공장 폐쇄에 맞서기 위해 불에 탄 공장 옥상 위로 올라갔다. 지자체에 이어 사법부도 공장 해체 계획에 승인을 내줌으로써 책임회피를 선택했다. 투쟁 중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가처분 결정까지 내려졌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최현환 지회장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이후의 상황을 설명했다.
"저희가 공장에 있는 동안에 하루에 인당 50만 원씩, 총 5500만 원의 가처분 간접 강제금을 부여받게 됨으로써 거주 중인 아파트에 강제 경매가 들어오고, 사용하는 통장이 압류되고 10년 넘게 아파트 구매 구입을 꿈꾸며 넣었던 주택 청약까지 압류가 들어올 위기에 처했었습니다. 저희 모든 연대 동지들이 한 뜻을 모아서 우선 법원에 공탁금을 걸고 정지 신청을 해 놓은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