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소신전 가장 안쪽에 자리한 지성소에는 프타, 아몬, 라와 함께 람세스 2세가 모셔져 있다.
운민
아부심벨 투어객들을 태운 버스는 검문소를 거쳐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의 바다로 나아간다. 어느새 해가 뜨기 시작했고, 사막에 나있는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는 120km 이상의 속도를 내며 엑셀을 끊임없이 밟는다.
예전에는 이 일대의 치안이 불안해 버스와 승합차가 검문소에서 일렬로 출발했다고 한다. 3시간 쯤 달렸을까? 한동안 만날 수 없었던 나세르 호의 전경이 측면으로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주차장에 도달했다.
모든 이들의 목적지는 같다. 신전으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상인들이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털려고 필사적이지만, 금세 허탕만 치고 만다. 광활한 호수의 측면을 돌아 신전측면으로 어렴풋이 람세스의 석상이 드러난다. 이것을 보려고 새벽부터 이 고생을 감내했다.
파라오의 이중관을 쓰고 있는 람세스 2세 동상 4개가 우리 앞으로 그 위엄을 드러낸다. 각각 청년기에서 장년기의 모습이라고 하는데, 사실 겉으로 보았을 때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천 년 동안 세월의 갖은 풍파를 이겨낸 그 자태가 가히 대단해 보였다.
람세스의 다리 사이의 파라오 가족들의 작은 석상을 지나 옆의 벽화를 바라보니 포승줄에 묶인 채 꿇어앉아 있는 정복지역의 포로들이 그려져 있었다. 신전 안쪽으로 들어가니 8개의 기둥에는 오시리스 형상을 한 람세스 2세의 동상들이 줄줄이 서 있었고 위대한 파라오의 업적이 벽화로 치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반나절은 걸릴 듯싶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지성소에는 4개의 신이 나란히 앉아있다. 왼쪽부터 프타, 아문, 람세스 2세, 라 신인데 각각 이집트의 신 중 가장 높은 권위를 지니고 있지만, 그들과 나란히 파라오가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자의식의 소산인 것이다.
특히 일 년에 하루는 이 지성소까지 햇빛이 들어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