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역 인근 전통시장인 초량시장을 방문해 시장을 찾은 시민들, 시장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관청 제공 사진은 선전·홍보의 도구
퓰리처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상입니다. 강형원 기자는 보도사진 부문에서 두 차례나 퓰리처상을 탄 재미동포 언론인입니다. <엘에이타임스>에 근무하던 1993년에 '코리아타운 흑인 폭동' 취재 보도로 첫 퓰리처상을 탔고, <에이피(AP) 통신>에 근무하던 1999년에 빌 클린턴 대통령의 르윈스키 추문 사건 보도로 두 번째 수상자가 됐습니다. 그 뒤 백악관 전속 사진사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백악관의 사진 보도 관행에 밝습니다.
강 기자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미국 언론에서는 백악관 전속 사진사가 찍어서 배포하는 사진은 특별한 예외 상황이 아니면 쓰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사진이라고 해도 그건 뉴스가 아니라 선전이고 홍보이기 때문입니다." 관청에서 제공하는 사진을 쓰지 않는 것은, 연출된 사진을 보도사진으로 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강 기자는 미국 언론이 백악관 제공 사진을 썼던 예외적 상황으로, 2011년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작전실에서 빈 라덴 사살 장면을 지켜봤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었습니다. 그 정도의 극비 사항이 아니라면 백악관 제공 사진을 받아 쓰지 않는다는 얘기죠. 또 그는 미국 대통령이 차량 행렬로 이동할 때 사진기자들은 언제든지 대통령의 움직임을 바로 취재할 수 있도록 앞에서 5번째로 위치가 정해져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도 백악관 쪽이 원래부터 사진기자의 편의를 배려해 준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요구해서 얻어낸 전통이라는 겁니다.
한국의 대통령 관련 사진 보도도 원래부터 '대통령실 제공'으로 범벅이 된 게 아니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이후 청와대에 출입했던 사진기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민주화된 뒤에는 미국 백악관 취재 방식에 거의 근접해 갔습니다. 극소수의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거의 모든 일정을 공유하고 취재했습니다.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하루 최대 21번이나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가 조를 편성해 취재에 나선 적도 있다고 합니다.
상황은 윤석열 정권 들어 급변했습니다. 사진 취재가 허용되는 일정이 팍 줄어들고 대통령실 전속 사진사가 찍어서 던져주는 관행이 일상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강 기자의 말대로라면,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실 아래서는 보도는 사라지고 선전과 홍보만 난무하게 된 겁니다.
대통령실이 국민이 알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을 가리고, 자신들이 알려주고 싶은 것과 보여주고 싶은 것만 제공하는 것은 언론 통제이고 여론 조작입니다. 전형적인 독재정권의 선전·홍보 수법입니다.
여론 조작을 막을 책임은 기자들에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