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공간 나선지대’에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샵인샵 형태로 공존하고 있다. 사진은 제로웨이스트샵 은영상점에서 판매 중인 프레셔스 플라스틱 대전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한 업사이클링 제품.
희망제작소
- 재작소가 운영하는 공간 '나선지대'는 동네 사랑방 같기도 하네요.
"실제로 많은 분들이 그렇게 사용하고 있죠. 대전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 도시가 정말 좋아요. 예전에는 취업 준비해서 서울로 가려던 때가 있었는데요. 그래도 결국 대전에 살아야겠다 싶더라고요. 저는 뭐든 중간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상태를 가장 만족스러워하는데, 이런 성향이 대전이라는 도시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서울은 너무 많아서 넘치고, 소도시는 생활하기에 많은 부분이 부족하게 느껴지거든요. 지금 재작소에서 함께하는 동료들도 비슷해요. 아니, 더 한 것 같기도 해요. 아예 대전 말고 다른 데는 갈 생각도 없었대요.(웃음)
대전은 비교적 외지에서 온 구성원이 많은 편인 것 같아요. 특히 학교나 직장 때문에 이주한 청년이 많고요. 재작소는 유성구에서 청년마을 '여기랑'도 직접 운영하고 있거든요. 만나보면 저처럼 중도의 삶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이 공간을 거치는 사람들이 비슷한 결을 가져서인지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관계가 생기고, 커뮤니티가 생기고, 함께 도모하는 일도 생기고요. 그래서 저희는 사랑방을 찾는 분들을 '로컬 라이프 챌린저'라고 불러요."
- '로컬 라이프 챌린저'가 메이커 활동을 계속하게끔 이끄는 매력은 뭘까요?
"'만들기'가 가진 힘 덕분 아닐까요? 사회 구조 자체가 주어진 방식에 따라서 소비하는 삶만 살도록 만들어져 있잖아요.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일해야 하고, 기업에서 일부러 빨리 소모되도록 만들어 파는 걸 매번 사서 써야 하고. 이런 환경에서는 능동적인 사람도 쉽게 수동적이게 되죠. 새로운 걸 배우거나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는 방식이 누군가의 삶에 다양한 기회와 전환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그게 메이커 활동이 가진 힘이죠.
저는 누구나 상상하고 창작하고 만든다면 거기에서부터 개인의 삶이 바뀐다고 믿어요. 만들기의 방법도 정해져 있지 않아요. 디자인이든, 목공이든, 수리든, 사업 기획이든 스스로 제조 능력을 익히고 실제로 해보면서 '나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효능감을 경험하길 바라요. 결과물은 당연히 거창하지 않아도 되고요. 그러다 보면 누구나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고, 지식과 정보와 권력을 특정 소수만 가지는 모습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어요. 지금 우리 삶과 만들기는 매우 동떨어져 있는데, 역으로 재작소는 만들기를 최대한 일상 가까이로 끌고 오게끔 돕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