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월 29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누가 되든' 또는 '누가 이기든'.
미국 대선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전하는 최근 보도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말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은 높아진다는 전망이 주류입니다.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감소)이나 디커플링(de-coupling, 탈 동조화)이란 용어도 자주 언급됩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중국 의존도를 낮춘다는 '디리스킹' 정책을 내놓고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예 중국과의 교역 관계를 축소하거나 단절하는 '디커플링'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로서는 '트럼프 리스크'로 표현해도 무리가 없는 공약입니다.
그런데 '누가 되든' 또는 '누가 이기든'이란 제목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대부분 '트럼프 리스크'가 우리나라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우려를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트럼프는 중국에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공언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 영향은 또한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중국 완제품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중간재를 우리나라가 중국에 많이 수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전자·광학기기만 봐도 수출의 40%가 중간재고 그 중 28%는 중국에서 해외로 재수출된다고 합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반도체 5대 강국의 수출입 결합도 분석과 시사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게다가 트럼프는 우리나라 등 동맹국에 대해서도 10% 정도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습니다. 중국과 같은 '디커플링'까지는 아니지만, 강력한 '디리스킹'으로 볼 수밖에 없는 공약입니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비중은 18%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대중 수출액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10월 기준으로도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1%입니다.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이 되면 대미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이는 전체 수출액 감소로 이어질 것이 자명합니다.
결국 우리나라로서는 트럼프의 '디커플링'으로 인한 대중 수출 감소는 물론, 동맹국들에 대한 '디리스킹'으로 인한 대미 수출 감소 등이 함께 우려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감에서 한국은행 분석 자료를 근거로 "트럼프 리스크의 가장 큰 피해는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이 받는 타격"이라면서 "그 결과 우리 성장률도 1%p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습니다.
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역시 '2024 미국 대선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글로벌 관세 정책이 현실이 될 경우 우리나라 연간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61조 6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23년 총수출액(6324억 달러)의 7%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그로 인한 실질 GDP 또한 최대 0.67% 감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누가 되든' 식으로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숫자들이 '발등'에 떨어지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