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5당 '윤석열 탄핵 의원연대' 출범야5당 의원들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탄핵 국회의원연대 발족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소연
"탄핵 자체에 찬성하지 않는 의원님들은 적어도 우리 범야권에서는 단 한 분도 안 계시리라고 믿습니다. (중략) 다만 공식적으로 탄핵을 언급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안 되는가에 대한 판단이 있겠죠."
-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 열차가 13일 출발했다. 탄핵을 촉구하는 각기 다른 정당 소속 국회의원 41명이 모인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탄핵연대)'가 공식 출범한 것이다. 엄밀히 말해,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 요구는 정치권에서 이미 낯설지 않다. 다만 각기 다른 정치인들의 탄핵 일성이 '체계'를 갖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탄핵연대의 관건은 결국 탄핵 정족수인 200명을 모을 수 있을지에 달릴 전망이다. 현재 범야권 의석수는 192석이다. 여권과 보수 성향 야당인 개혁신당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아직까지 탄핵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 것도 변수다. 다만 탄핵연대에 참여한 의원들은 이를 민주당 지도부의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보고 민주당의 '결단'까지 탄핵 여론을 모아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법치주의 위배, 뇌물수수, 부정부패... 출발한 탄핵열차
41명의 국회의원이 모인 탄핵연대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발족식을 열고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탄핵연대에는 각각 더불어민주당 27명, 조국혁신당 9명, 진보당 3명, 기본소득당 1명, 사회민주당 1명 등이 포함됐다. 이날 탄핵연대는 박수현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를 '공동대표'로 추대했다.
박 의원은 "지금 나타나고 있는 여론조사 기관의 17% 정도의 대통령 지지율은 박근혜 탄핵 직전의 상황과 유사하다"며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채상병 특검법 등을 두루 언급했다. 이어 "그런데도 대통령은 스스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은 처음 본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라는 기막힌 이야기를 했다"며 "국민께서도 이런 대통령 처음 본다,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씀하신다"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또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박근혜 탄핵 당시만큼 커지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국민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자 기본적인 책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탄핵연대의) 출범은 반헌법적이며 반민주적이며 반서민적인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는, 그래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진정한 애국 운동이자 민주 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반일 뉴라이트 세력의 지배로부터 대한민국의 유구한 역사를 지켜낸 국권 수호 운동이자 독립 운동"이라고도 덧붙였다.
황 원내대표 역시 모두발언을 통해 "조국혁신당은 일찍이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당 산하의 탄핵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매주 한 번씩 활동을 해왔다"며 "다가오는 20일 (약 100여 페이지의)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작성해 광화문 광장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또 "탄핵사유로 17개를 준비했는데 오늘 아침 회의 때 추가돼야 할 사항을 넣어 21가지로 (결정했고)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에 앞서 발제를 맡았던 이준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법치주의 위배, 뇌물수수, 부정부패, 국익침해, 국가기관을 이용한 국민 탄압 등 20가지를 언급했다.
'탄핵정족수' 200명 모을 수 있을까
황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연대 출범에 걸림돌이 됐던 현실적인 우려들도 두루 언급했다. 그는 "탄핵연대는 애초에 12명으로 시작했다"며 "많은 의원님들이 망설였다고 그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탄핵 정족수) 200명의 국회의원이 확보돼야 하는데 확보할 수 있을까? 또 범야권이 모두 동참해도 200석에는 미치지 못하는데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을 확보하려는 노력 없이 덜컥 탄핵을 추진해도 될까 하는 우려"라고 말했다.
또 "(최종 탄핵 결정을 내릴) 헌법재판소가 엄청나게 보수화된 곳"이라며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인용 결정을 우리가 과연 잘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다만 "탄핵 자체에 찬성하지 않는 의원님들은 적어도 우리 범야권에서는 단 한 분도 안 계시리라고 믿는다"며 "(탄핵소추안의) 단독 발의가 가능한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에서 공식적으로 탄핵을 언급하는 게 전략적으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용기는 바른 일을 위해 결속적으로 노력하고 투쟁하는 힘'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용기를 내어주신 의원님들의 용단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아직도 망설이고 계신 의원님들께 용기 있는 결단과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을 맺었다.
실제 탄핵소추안을 단독 발의할 수 있는 민주당이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면 탄핵연대의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 '탄핵' 추진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일 장외집회에서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남용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되었다"면서도 "제가 두 글자로 된 말을 차마 할 수 없어서 이렇게 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정아 대변인 역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연대에 대한 민주당 입장'을 묻는 말에 "지도부에서는 그런 언급이 없었고 가이드라인도 없다"며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김준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탄핵연대 발족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더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탄핵연대에 동참할 걸로 내다봤다. 그는 "(탄핵연대는) 지금 시작이다. 계속해 연락이 오고 있다"며 "이 의지가 모인다면 (탄핵이)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탄핵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인원은 다 함께할 걸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조만간 참여 기대"
한편 김 의원은 보수성향 야당인 개혁신당에 대해서도 '탄핵연대 참여 의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천하람 의원하고 직접 소통했고 아직 당론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를 빨리 끝장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라며 "조만간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탄핵정족수를 맞추기 위해서는 결국 여권의 동참을 끌어내야 한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탄핵의) 분위기를 모아가는 과정이고 광장도 서서히 열리고 있다"며 "흩어져 있는 민주 세력들이 하나로 모이는 움직임과 아울러 국회도 같이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금 당장 200명을 어떻게 모을 것인지 밝히기보다 앞으로 그렇게 하기 위한 노력들을 끊임없이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국민의힘 측은 이날 탄핵연대 발족식과 관련해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무리한 탄핵 선동"이라고 평가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지난 10월 탄핵의밤 행사에 국민 비판이 쏟아지자 민주당은 개별 의원의 활동에 불과하다며 선을 긋더니, 이번에는 민주당 의원만 27명이 참여해 대표까지 선출했다"며 "이 많은 의원들이 모여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면, 민주당에 대한 국민 평가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을 음해하고, 민의의 전당에서 정권 퇴진을 외치는 것이 곧 대한민국 헌정 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민생을 내던지고 정쟁을 외친 야당에 엄중한 국민 심판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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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요구' 국회의원 연대 출범... 여당 "무리한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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