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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눈물 거두시고 화해의 길이 되게 해주소서"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제16회 태안군합동추모제' 엄수

등록 2024.11.13 17:44수정 2024.11.1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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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헌관으로 나선 태안유족회 박민교 부회장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는 지난 9일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제74주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제16회 태안군합동추모제’를 개최했다.
초헌관으로 나선 태안유족회 박민교 부회장(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는 지난 9일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제74주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제16회 태안군합동추모제’를 개최했다.김동이

74년 전 벌어진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 당시 태안 지역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은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제가 진행됐다.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회장 정석희)는 지난 9일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제74주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제16회 태안군합동추모제'를 엄수했다. 이 자리에는 가세로 군수를 비롯한 군 행정지원과 공직자와 전재옥 태안군의회의장을 비롯해 김영인‧김진권 의원, 윤희신‧정광섭 도의원, 김세호 전 군수, 이영수 전 군의원, 그리고 태안유족회원 등 150여 명이 참석해 태안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의 영령에 추모를 보내고 씻기지 않은 상처 속에 살아온 유족들을 위로했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태안군합동추모제는 강희권 상임이사의 사회로 1부 합동위령제와 2부 합동추모식으로 나눠 진행됐다. 박민교 유족회부회장의 개제선언으로 시작된 합동위령제에서는 초헌에 정석희 유족회장이 나서기로 했지만 교통지체로 박민교 부회장이 대신했다. 아헌관에는 가세로 군수가, 종헌관에는 전재옥 의장이 나서 위령제가 거행됐다.

특히 "아버지! 이제 눈물을 거두시고 통곡이 용서가 되게 하시고, 증오가 화해의 길이 되게 하여 주소서. 부디 해원 안식을 비옵니다"라는 함정만 유족회 이사의 구구절절한 목소리에 무고하게 희생된 부모와 형제자매를 회상한 듯 일순간 추모제에 참석한 유족들의 고개가 떨궈졌다.

2부 합동추모식에서는 태안민예총 부지부장이자 태안무궁화예술단장인 안수빈 단장과 단원들이 나서 추모의 노래로 추모식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뒤늦게 도착해 인사말은 직접적으로 전하지 못했지만 정석희 유족회장은 "74년 전인 1950년 6.25한국전쟁기에 태안인구의 5%가 넘는 1050여 명의 태안 민간인이 독재자 이승만에 의해 학살당했다"고 전제한 뒤 "지금까지 선한 침묵이 망나니 나라를 만들어 왔다. 이 자리에 모이신 유족 여러분이 애통한 마음으로 분노하고 깨달음이 거듭되면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면서 "태안이 변하면 나라도 변한다. 오래오래 사셔서 좋은 세상 보라"고 서면 메시지를 통해 유족들을 격려했다.

헌화하는 가세로 태안군수와 박민교 태안유족회부회장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는 지난 9일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제74주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제16회 태안군합동추모제’를 개최했다.
헌화하는 가세로 태안군수와 박민교 태안유족회부회장(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는 지난 9일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제74주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제16회 태안군합동추모제’를 개최했다.김동이

추모사에 나선 가세로 태안군수는 태안유족회가 필요성을 지속 강조하고 있는 태안평화공원 조성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지만 "해원과 상생이 태안을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두 손 단단히 맞잡고 나아가자"고 위로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가 군수는 "지금까지 해를 거르지 않고 치러져 열여섯 번째가 된 합동추모제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해와 상생을 일구어 함께 손을 잡고 서로를 승화시켜 미래로 나아가는 상징의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이제라도 진상을 밝히고 억울함을 풀도록 하는 것이 남은 이들의 책무다. 흔들리지 않는 진실의 역사 위에서만 한 개인의 삶은 물론 우리 공동체가 바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무고하게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오늘 이 자리가 조금이나마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자리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며 추모사를 마무리했다.


전재옥 의장도 "오늘 추모제를 통해 민간인 희생자의 숭고한 넋을 기리고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며 유가족 여러분의 오랜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소망한다"면서 "태안군의회에서도 깊은 애도를 표하며,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진정한 명예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173명 이상 진실규명 신청한 태안유족들
2기 진화위 출범 후 현재까지 진실규명 92명, 진실규명자 재판 준비 돌입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는 지난 9일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제74주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제16회 태안군합동추모제’를 개최했다.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는 지난 9일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제74주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제16회 태안군합동추모제’를 개최했다.김동이

한편, 태안유족들은 지난 2008년과 2009년 제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화위) 당시 부역혐의희생사건 피해자 195명과 보도연맹희생사건 피해자 41명 등 236명이 국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부역혐의 66명, 보도연맹 38명이 '기각' 판정을 받았다.

이후 제2기 진화위가 출범한 이후 1차로 2023년 8월 21일 이원면 사건 피해자 35명이 진실규명 판정을 받았고, 올해 8월 21일에는 2차로 충남국민보도연맹 및 군경에 의한 민간인희생사건으로 희생된 태안지역 23명이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또한, 9월 6일에도 3차로 군경에 의한 민간인희생사건 원북‧소원‧근흥에서 23명이 진실규명을 받았고, 최근에 4차로 11명이 진실규명 결정을 받는 등 태안에서는 제2기 진화위 출범 이후 현재까지 모두 92명이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지난 10월 2일부터는 진실규명자에 대한 재판신청서류 접수를 시작으로 피해보상을 위한 본격 절차에 돌입했다.

더불어 태안군과 태안유족회는 진실규명을 위한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173명의 유족들이 태안군청을 통해 진실규명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안군청이 아닌 다른 행정기관에서도 진실규명 신청이 가능해 태안유족들의 진실규명 신청은 173명 이상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심히 탄원서를 보는 유족들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는 지난 9일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제74주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제16회 태안군합동추모제’를 개최했다. 사진은 태안유족들이 정석희 태안유족회장이 제2기 진화위에 보낸 탄원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유심히 탄원서를 보는 유족들(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는 지난 9일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제74주기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제16회 태안군합동추모제’를 개최했다. 사진은 태안유족들이 정석희 태안유족회장이 제2기 진화위에 보낸 탄원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김동이

이에 앞선 지난 9월 19일에는 정석희 태안유족회장이 진화위에 탄원서를 보냈다.

탄원서에서 정 회장은 "같은 시기에 발생한 같은 사건인데도 누구는 인용되고 누구는 기각되기도 하고, 또 어느 법원은 전원 인용하는 판결도 있었다"면서 "아무리 법리적 적용 잣대가 다를지라도 같은 시기에 일어난 국가적 사건으로 동일하게 희생된 인권의 가장 큰 피해자들에게 인권보호의 최후 보루로 믿어왔던 법원의 기각은 큰 실망을 안겨준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며 제2기 진화위에 진실규명조사를 신청하게 된 사유를 설명했다.

"당시 법원의 기각은 대부분 생년월일, 성명, 출생지, 사망신고일, 사망장소 등의 불일치 사유가 많았다"고도 한 정 회장은 특히 사망일자와 사망장소가 명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끌려간 날짜와 사살된 기록이 정확치 않았으며, 당시 엄혹했던 비상시국에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특정하기가 어려웠으리라 사료된다"면서 "당시 상황으로 보아 유족들도 선뜻 나서 제때 시체 수습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떳떳하게 장례를 치루는 일 조차 불가능했던 시절이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아버지를 잃은 자식들이 또한번 비통해 하는 모습을 볼 때 같은 처지를 살았던 유족으로서, 집단소송을 앞장서서 독려했던 회장으로서 무척 마음이 무겁다"면서 "하나님으로부터 물려받은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의 인권과 명예를 회복하는데 진실화해위원회가 적극 앞장 서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는 영령들이 편안히 해원안식 할 수 있도록 위원장께서 부디 넓은 혜량으로 인용의 기회를 베풀어 주시기를 태안유족회장으로서 간곡히 탄원 올린다"고 말했다.

강희권 상임이사는 이날 공지사항을 전파하면서 "정 회장께서 진화위에 탄원서를 보낸 이후 진화위가 정 회장님을 초청해 면담이 성사됐으며, 충분히 유족들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태안에서만 173명을 비롯해 다른 행정기관에서도 진실규명 신청이 가능한 만큼 그 이상의 유족들이 진실규명을 신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태안군 관계자는 "태안군청을 통해 제2기 진화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태안유족들은 173명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태안신문 에도 실립니다.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태안유족회 #제2기진화위 #진실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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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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