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성추행 가해 지목 학생들은 훈련 계속, 왜?

▲지난 9일 충북학생수영장에선 충북도교육청과 충북수영연맹 공동 주치한 '(충북) 교육감배 도내 학생수영대회'가 열렸다. (사진=서지혜 기자)충북인뉴스

충주 지역 수영부 학생들의 집단 성추행 사실이 학교 관계자에 신고된 지 40일 뒤에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이 충북도교육감배 수영대회에 참가할 뻔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교육청 소속 학교운동부 지도자가 진행하는 훈련에 배제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피해 학생은 훈련을 중단하고 수영을 포기했다.

지난 9일 충북학생수영장에서는 '제47회(충북)교육감배 도내 학생 수영대회'가 열렸다. 이는 충청북도교육청(교육감 윤건영)과 충북수영연맹이 공동으로 주최한 대회다.

<충북인뉴스>가 입수한 참가자 명단에는 피해 학생 측이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 5명(초등 2명, 중등 2명, 고등 1명)의 이름이 모두 올라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학생들은 대회엔 참가하지 못했다. 이들은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8일 대회가 열리는 청주의 한 숙박업소에 머물며 참가를 준비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던 충주 수영부 소속 학생의 학부모들은 "8일 함께 숙박업소에 머물렀는데, 9일 아침에 보니 가해 학생들로 지목된 아이들이 모두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반면, 피해학생은 대회 참가는커녕 10월 초부터 훈련을 중단했고, 결국 수영을 포기했다.

피해자는 훈련 중단했는데, 가해자는? "관련 규정이 없었다"

교육감배 수영대회 참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사건발생 신고 40일 가까이에 이르는 동안 어떻게 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먼저 지난 10월 1일 피해학생의 부모 A씨로부터 성폭행 신고를 받은 운동부 지도자(코치) C씨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사실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는데 무슨 근거로 운동을 중단시킬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운동부 지도자 C씨는 충주의 한 초등학교에 소속된 공무직(무기계약직)이다. 급여는 교육청이 해당 학교에 교부한 교부금에서 지급된다. 그는 한 초등학교 소속으로 돼 있지만, 해당 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충주시 관내 학교 수영부 학생까지 지도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대회 참가를 승인한 모 중학교 고위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대회 참가를 못 하게 하거나, 훈련을 중단시키라는 규정이 없다"며 "사실 관계가 확인되고, 징계라든가 이런 것들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 학생으로 지목됐다고 해서 훈련을 중단시킬 근거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학교폭력예방법과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성범죄'에 해당하는 학교폭력 사실을 접수받으면 학교장·교직원은 수사시관에 즉각 신고해야 한다. 또 학교폭력 매뉴얼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분리조치 및 사실조사,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피해학생 부모 A씨가 충주 관내 초중고 소속 수영부 학생들의 집단성폭행을 알린 시기는 10월 1일이다. 피해학생의 부모는 자녀로부터 성폭행 사실을 전해듣고, 즉각 학교 운동부 지도자(코치)에게 알렸다. 이후 10월 20일에 성폭력 사안을 학교 관계자에 신고했다.

A씨는 "10월 20일까지 학교나 교육청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없었고, 또 보호서비스를 안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사실을 털어놓은 뒤, 형들을 만날까봐 무서워서 훈련장에 갈 수 없었다"라며 "훈련장에 가지 못하고 있다가 급기야 아이가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씨는 "운동을 하려면 가해 학생이 있는 수영장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아이를 그곳에 보내겠는가?"라며 "훈련이나 운동을 그만둬야 한다면 가해학생이 그만둬야지, 왜 피해자가 그만둬야 되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만약 학교가 우리 아이에게 제대로 된 대응방법과 보호 서비스를 안내했다면, 피해자인 우리 아이가 운동을 그만두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 관계자들은 A씨 부모가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한 10월 20일 이전에는 성폭행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학교폭력 사실을 최초 접수한 운동부 지도자가 학교에 알리지 않은 탓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피해학생 부모 A씨에 따르면 학교가 사안을 인지한 10월 20일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가해 학생들에게 어떤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그런 조치는 없었다. 다른 학부모로부터 가해 학생들이 교육감배 수영대회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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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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