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자료실, 일반 자료실 등이 있는 1층 전경
허관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고, 당연히 충남도서관에서 창작한 결과물은 알찼다. 2022년도에는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우수상을 수상했고, 2023년도에는 비룡소 청소년소설공모전(틴스토리킹) 본심에 올라 출판 계약을 맺었다(수상한 두 작품 모두 올해(2024년) 10월과 11월에 출판 했음). 이 외에도 두 편의 장편소설을 퇴고 중이다.
내가 미친 듯이 도서관을 오가는 6년 동안 주변 사람 여럿 죽었다. 아버지의 절친인 이웃 아저씨가 죽고, 개천 건너 할머니 두 분이 죽었다. 전 이장님 부인이 죽고,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우리집 논을 경작하던 아저씨도 죽었다. 그리고 4년 전에 아버지도 죽었다.
그들이 죽어도 엄마는 밭일을 계속했고, 나는 계속 충남도서관에 다니며 죽은 사람보다 더 많은 인물을 만들어 냈다. 나의 작품 속 수많은 캐릭터의 고향은 모두 충남도서관이다. 충남도서관의 수많은 책을 자양분 삼아 자란 작품 속 캐릭터들은 건강했고, 작품 속 배경은 선명했으며, 작품의 이야기는 재밌었다. 충남도서관의 훌륭한 환경 덕분에 이런 멋진 결과를 얻어냈다.
창의성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

▲도서관 2층 카페에서 바라본 1층 전경. 개방감이 좋고, 조명도 멋지다. 저절로 영감이 나올 듯한 풍경
허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건 지식의 축적이었다. 현재의 도서관 형태는 문명과 함께 시작되었지만, 그 이전부터 누군가가 도서관 역할을 했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은 노인이 죽었을 때 '도서관이 불이 났다'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과거가 도서관에 있다. 지난 사람들의 삶도 도서관에 있다. 그리고, 미래의 모습이 도서관에 있다. 도서관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의미가 없다. 도서관만 가면 지금이 아닌 시대, 여기가 아닌 장소로 갈수 있다. 언제든지 조선 시대로 돌아갈 수 있으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반면, 화성 탐험도 가능하고, 우주의 끝까지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도서관인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은 과거가 현재의 근원임을 깨닫고 과거의 기록을 모두 모으려 했다. 지금은 사라져 기록을 모으려는 시도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충남도서관은 2만 9817㎡대지에 5개층(지상 4층, 지하 1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충남도청사 및 호수공원 사이의 중심에 위치하여 공무원 및 충남도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갖추어 도서관 이용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
충남도서관
충남도서관은 2018년 4월에 개관했다. 그러니까 내가 모든 걸 정리하고 고향에 내려왔을 때 충남도서관이 문을 연 거였다. 충남의 지식과 정보의 중심 역할을 하며 꿈이 있는 문화공간, 무한한 창의성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널찍한 공원(홍예공원)에 자리 잡아 주변 경관이 좋다. 오른쪽과 왼쪽에는 호수가 있고 뒤에는 용봉산이 병풍처럼 떡 버티고 있어 최적의 위치다. 당연히 아쉬운 점도 있다. 이는 충남도서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도서관의 문제점인 듯했다. 내가 6년 이상 충남도서관을 다니면서 느낀 점을 이 분야 전문가가 정리한 글로 대신한다.
도서관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사람(직원)과 책(강서), 그리고 시설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중략).. 책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도서관을 독서실로 이용하는 것으로 충분..(중략)..또 사람들은 도서관에는 어떤 책이든 모아만 두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중략).. 도서관이라는 무한한 지식과 지혜의 저수지를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안의 '사람'에 대해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 이용훈<도서관문화비평가, 메타사서>
뭔가에 미칠 수 있다는 건 인생의 크나큰 축복이다. 충남도서관은 나 같은 창작자가 미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잠깐 이 세상을 살다가 떠난 그들처럼 나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하지만 내 작품 속 그들은 도서관 귀퉁이에서 계속 속닥거리겠지.
남극 펭귄 생포 작전
허관 (지은이),
비룡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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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서 24년간 근무했다. 현대문학 장편소설상과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최근작『남극 펭귄 생포 작전』(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블루픽션-85)은 2024년 경기문화재단 경기예술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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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기에 딱 좋은 이 도서관, 6년 넘게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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