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리스 모습을 하고 있는 하트셉수트오시리스신의 모습을 띄고 있는 하트셉수트 조각
운민
하트셉수트의 장례전은 건물 자체가 주는 감동이 있지만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바위산의 위엄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매표소에서 카트를 타고 입구로 오니 광화문의 해태상처럼 신전을 양쪽에서 호위하고 있는 스핑크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3개의 테라스로 이루어져 있는 장제전은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 자리한 2층부터 본격적인 관람이 진행된다. 사각기둥이 두줄로 서 있는 공간을 차분히 살펴보면 파라오와 신들이 얽힌 이야기를 중심으로 부조에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 남서쪽에 새겨진 폰트 지역으로의 원정이 담긴 부조가 유명하다.
3층으로 올라오면 기둥돌마다 5미터의 오시리스상이 조각되어 있다. 이 조각상을 살펴보면 여성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는 하트셉수트의 모습으로 파라오의 위엄을 나타내기 위해 가짜수염을 붙였다 한다. '하트셉수트' 이름은 '가장 고귀한 숙녀'라는 뜻이라고 알려져 있다.
열주를 지나 중정으로 들어오면 가장 안쪽 공간인 아문지성소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생각보다 공간은 소박했지만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는 벽화는 필자의 눈을 충분히 호강하게 했다.
하지만 하트셉수트 장례전은 근래에 큰 아픔을 겪었다. 1997년 11월 테러단체 알-이슬라미야가 경비원을 죽이고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을 무차별하게 학살했던 탓이다.
이곳은 신전 말고는 피할 나무나 숲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피해가 컸다. 62명이나 달하는 인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때를 기점으로 이집트의 여행지마다 중무장한 경찰과 군인이 상주하게 되었다.
장례전의 비극은 온데간데없고 이 사실을 모르는 듯 관광객은 저마다 들뜬 얼굴로 신전을 경외하듯 돌아본다. 여기서 일직선으로 나일강 동편의 카르나크 신전까지 이어져 해마다 이 길을 따라가는 축제가 열렸다고 한다.
카르나크 신전에 봉헌된 아문신상을 들고 배를 타고 행렬이 이어졌다고 하니 당시로선 정말 장관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