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38% 내린 4만 9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0년 6월 15일 종가 4만 9900원을 기록한 후 4년 5개월 만에 최저가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같은 여당의 '삼성 구하기'용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논의가 진정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본질도 짚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이미 윤석열 정부 초기 여권은 '주 69시간' 개편 논란 문제로 크게 홍역을 치렀는데, 이후 제대로 된 숙의 노력도 하지 않고선 특정 산업과 소득 수준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리는 '우회안'을 슬쩍 내밀었다는 것이다. 또 삼성이 뒤쳐지고 있는 AI(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을 늘리자는 단순한 발상은 2차 산업 시절에나 어울릴 법한 시대착오적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일종의 차별 문제가 있다. 고소득 근로자라는 이유로, 반도체 산업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시간을 남들보다 늘리자고 하면 과연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며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미국이나 일본 정도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는 제도"라고 했다. 정 교수는 또 "주 69시간 개편 논란 때도 봤지만 지금 한국의 젊은 세대는 절대적인 임금이 보장된 이후부터는 임금보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생활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라며 "실질적인 논의를 염두에 뒀다기엔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라고 했다.
권오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미국은 우리와 달리 연장근로의 한도가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관리직 근로자의 연장근로 할증임금을 과도하게 줄 수 없다는 차원이고, 일본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라고 할 수 있는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는 노사위원회 결의를 거쳐야만 가능하도록 한 까다로운 절차가 있어 노사협의회가 형해화돼있는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권 교수는 또 "일본만 하더라도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면서 "그런 과정도 없이 어떻게 갑자기 업종별 차등을 두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권 교수는 특히 "현재 삼성 반도체 문제를 풀려면 정상적으로 풀어야지, 단순히 근로시간 늘린다고 문제가 풀리겠나"라고도 꼬집었다. 삼성이 기존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성공에만 안주한 채 AI와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산업에 대비하지 못한 '경영 실패'를 진단하고 처방해야 하는데, 엉뚱한 대응만 나온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근로시간으로 성과가 늘어난다는 발상 자체가 2차 산업 초창기, 1970년대 박정희식 산업화 때의 인식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라며 "정작 삼성 사람들에게조차 '근로시간 늘리면 삼성이 살아나겠냐'고 물어봐도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직원들 "전직 삼성 사장이 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법안, 씁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