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비엔나의 한 슈퍼마켓. 커피빈은 1킬로그램 기준 10~22유로 사이이다.
한소정
체감물가 이야기가 나왔으니 최근 내 동료들과 나눈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나는 현재 빈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박사 후 연구원 동료 세 명에게 체감물가에 대해 물어봤는데, 편의상 A, B, C로 지칭하도록 하겠다. A와 B는 각각 아이 없이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고, C는 아이 두 명과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박사 후 연구원의 연봉은 이곳의 평균 연봉보다 높은 수준이다.
먼저 물어본 것은 '지난 1년여간 장 보면서 느끼는 체감물가상승률'이다. A와 B 모두 20-25% 수준이라고 답했다. A는 장 볼 때 가격을 늘 확인하고 뭐가 얼마나 올랐는지 따지는 습관이 있고, B는 그런 것 일일이 따지지 않는 타입이지만 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C의 경우는 30% 라고까지 답했다.
이젠 모두들 한입으로 '뭘 사든 가격을 확인하게 되고 꼭 필요한지 생각해 보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C의 경우 대체로 지출을 하고 가격을 확인할 때 '패닉'하는 일이 많아진다고 덧붙인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있어 돈이 들어갈 거리가 더 많은 입장이니 당연한 이야기다. 나만 해도 아이에게 들어가는 방과 후 비용이나 점심값 등 오른 것들이 많다.
이곳에 생긴 눈에 띄는 변화는 팁이 짜진 것이다. 팁이라는 문화는 워낙 주는 사람별로 다르고 방문한 식당과 바의 수준에 따라 기대치가 달라지는 것이라 논하기가 간단치는 않지만 이곳에 막 도착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해준 이야기는 대충 5% 수준이었다. 바에서 4.7유로 하는 음료를 한잔 마셨으면 5유로를 주고, 식당에서 80유로쯤 먹었으면 기분에 따라 83-85유로쯤 주고 하는 식이었다. 최근에는 간단히 마시고 먹은 경우에는 팁을 전혀 주지 않는 경우가 많고, 혹시 팁을 주는 경우에도 이전보다 적게 준다고들 말한다.
식료품의 경우, 같은 걸 사더라도 20% 이상 오른 것이 많다. 대략 1년 반쯤 전과 비교하면, 1리터에 1.29유로 하던 포르밀 우유는 1년 반 사이 1.65유로로 올랐다. 1.2유로 선이던 250그램 버터는 1.95유로가 되었다. 500그램 한팩에 5.29유로 하던 순살닭고기팩은 6.29유로가 되었다. 1킬로그램에 0.99유로 하던 정제설탕은 1.59유로가 되었다. 500그램 한 상자에 7.49유로 하던 린트 린도어 초콜릿은 9.49유로가 됐다. 2.95유로 하던 욀츠 샌드위치 빵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식빵은 요즘 3.49유로가 됐다.
물론, 이전과 비슷한 것들도 있다. 특히, 철 따라 오르고 내리는 과일과 야채들 중 그런 것들이 더러 있다. 어떤 때는 개당 90센트도 하고 오르면 1.2유로쯤 하던 오이는 지금도 1유로 안팎으로 살 수가 있고, 개당 1유로 안팎 하던 큰 아보카도들은 요즘도 1유로 안팎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이건 드문 경우라서 장바구니 전체를 비교하면 20-25%를 체감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인플레이션 쓰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