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마트의 모습.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과일류는 3년 전보다 19.0%p 올랐다.
박철현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가 본다. 체감상 아내는 2년 전과 비교해 모든 분야에서 10%p 정도는 오른 것 같다고 말한다. 하긴 아내 말이 맞다. 내가 기사로 줄곧 써왔던 이야기니까.
일본 총무성 산하 통계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지수 100으로 놓고 봤을 때 2023년 11월 현재 종합지수는 106.9를 기록했다. 2022년 11월과 비교했을 땐 2.8%p 상승했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종합지수는 106.4이고, 신선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종합지수는 105.9다. 종합지수만 놓고 보자면 6%p의 물가 상승이지만, 세부 지표를 보면 아내의 체감이 정확하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식료품의 물가지수가 115.6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즉 3년 전보다 물가가 15.6%p나 올랐단 소리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대형마트는 직거래에 박리다매 식이기 때문에 그나마 좀 싸다. 하지만 입지 좋은 곳에 위치한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은 판관비가 보다 더 지출되기 때문에 더 비싸게 팔리니까 평균을 내면 +15%p가 얼추 맞다. 가령 똑같은 캔 커피 하나라도 자판기(120엔→140엔), 편의점(110엔→120엔), 마트(85엔→100엔) 등 가격이 천차만별이니까 말이다.
식료품의 구체적 내역을 보면 과일류 19.0%p, 달걀 및 유제품이 14.2%p, 채소류 10.5%p 등으로 나타났다. 식료품이 아닌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다. 가구, 가사용품도 116.3(+16.3%p), 의복/피복류는 108(+8%p), 취미/오락은 109.2(+9.2%p)로 집계됐다.
버블붕괴 이후 잃어버린 20~30년 동안 물가가 고정돼 있었는데, 갑자기 10%p 이상씩 뛰었다. 문제는 이 물가 상승률을 버텨 내기 위한 가처분 소득이 어떻게 됐느냐라는 점이다. 아무리 물가가 올라도 가처분 소득이 동반 상승하면 거시경제는 일단 제쳐두더라도 당장 하루하루 살아야 하는 서민들의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다.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기업은 휘청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