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장바구니 소비품목별 가격 변화와 변화폭2022년 11월과 2023년 11월에 구입한 제품들을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평균 증감액을 구하였다. 품목 중 친환경 제품군을 선별하여 평균과 변화폭을 함께 살펴본 결과, 가격 차이가 크게 두드러진 것은 신선식품이었다. 가공식품의 경우 인상률이 가장 높았고, 친환경 제품군의 인상 정도가 가장 작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임은희
건강에 좋은 친환경이나 유기농 식품보다는 일반 식품의 가격이 더 많이 올라서 큰 가격 차이를 느끼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국제 대두나 밀 가격과 관계없이 오르고 싶을 때 오르는 것이 물가인 것 같아서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확실히 저렴한 홈베이킹을 예년보다 많이 한다. 같은 종류의 농산물이라도 출고 지역, 브랜드, 파는 곳에 따라 가격 차이가 심해서 간헐적으로 열리는 직거래 장터나 상대적으로 가격변동이 덜한 협동조합 매장을 찾는 일이 많아졌다.
대량 상품이나 묶음 상품의 가격이 더 저렴하지만 주로 외식을 하는 배우자를 제외한 3인이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양인 경우가 많다.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비싸더라도 소포장 제품을 구입한다. 소포장 제품의 가격이 더 많이 올라서 음식을 만들 때 불필요한 식자재는 아예 구입하지 않는 쪽으로 장을 본다.
기름값이 많이 올라 요리법이 바뀌었다. 튀김과 부침 요리를 줄이고 찜, 구이 등 저수분, 무수분 요리를 즐겨하게 되었다. 식자재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음식을 조리하며 나오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을 줄이기 위해 정말 못 먹을 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먹을 수 있도록 손질하고 조리한다.
손바닥 크기의 와플 1개 가격이 3900원 하는 동네인지라 자잘한 간식거리로 나가는 돈이 생각보다 많아졌다. 이왕 쓸 돈이라면 자잘한 간식으로 30만 원을 채우기보다는 품질이 보증된 제대로 된 메뉴로 30만 원을 소비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고 소비 방향을 잡을 일이 많아졌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실제 생활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 생활물가지수, 신선식품지수라는데, 비슷한 품질의 제품이라도 가격 차이가 심해져서 제품의 수준에 맞는 적정 가격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예전에는 달걀 가격이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면 이젠 개수가 같아도 크게는 5000원 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느 브랜드, 어떤 등급의 달걀을 선정했는지를 알려주거나 동일 사양 제품의 편찻값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수는 사람들의 장바구니마다 자리 잡고 있는 걱정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2020년을 100으로 기준점을 잡으면 오름세는 고작 2년밖에 표기되지 않지만 수십 년을 서울에서 살며 매주 장을 보는 주부들은 도표의 지수처럼 기준점을 쉽게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기준점을 갱신하지 않고 누적된 가격으로만 물가를 인식하니 물가지수가 내렸다고 해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지난해 11월 11일,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있는 새문안로에서 농민들의 집회가 있었다. 순천, 담양, 익산, 제주 등 다양한 지역의 농민들과 여러 친환경 먹을거리 단체가 모여 농업인들을 살려달라고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았다. 농산물 가격은 하루가 멀다고 오르는데 정작 농민들이 서울에 몰려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평소에는 고물가에 소비를 계속 줄이다 어쩌다 한 번씩 열리는 할인 페스티벌에 참석해 선착순으로 할인 혜택을 받아 농산물을 구입하면, 물가에 대한 기준점이 흔들린다. 평소 가격과 할인 가격의 편차가 클수록 내가 하는 소비가 적정소비인지 과소비인지 절약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가계부를 쓰며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소득 분위에 관계없이 체감물가에 짓눌리지 않고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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